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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부동산 정책 ‘간보기’ 與, 표 계산 말고 민생논리로 풀라

입력 2021-12-08 00:00업데이트 2021-12-0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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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부터 1주택자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이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된다. 사진은 7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게시판의 양도소득세 상담 안내문. 뉴시스
대선을 90여 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연일 부동산 정책 우클릭을 시도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첫 번째 이유로 ‘부동산 실정’이 꼽히는 걸 의식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4년 반을 밀어붙여 온 규제 일변도 정책을 정치적 셈법에 따라 원칙 없이 뒤집다 보니 앞뒤가 안 맞는 점들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실거래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인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해 오늘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국회가 2일 통과시킨 법안을 시행하는 데 통상 2주가 걸리지만 그 사이 9억∼12억 원짜리 집을 파는 사람들이 억울하게 세금을 더 내게 된다는 항의가 빗발치자 시행을 서두른 것이다.

이번에 민주당은 소득세법을 고치면서 양도세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에 실거주 요건을 추가하려던 계획을 슬그머니 철회했다. ‘똘똘한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중장년 유권자들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땅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내놨던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 방안도 포기했다. 여당은 다주택자 양도세를 일시적으로 완화하자며 ‘간보기’를 했다가 정부가 반발하자 거둬들이는 일도 있었다.

여론의 눈치를 봐가며 불만을 땜질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부동산 관련 세제는 누더기가 돼 버렸다. 양도세 ‘고가주택’ 기준은 13년 만에 ‘시가 12억 원’으로 높아졌는데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은 ‘공시가 11억 원’, 재산세 감면 기준은 ‘공시가 9억 원’,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금지 기준은 ‘시가 15억 원’으로 세목, 규제마다 기준이 중구난방이다. 한쪽에선 100만 명 넘는 국민에게 부과된 종부세 폭탄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국민 98%는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는 정부, 여당의 주장과 달리 올해 서울의 주택 소유자 5명 중 1명은 종부세를 내야 한다.

현 정부의 오랜 반시장적 정책 탓에 망가진 부동산 제도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적당히 땜질하는 식의 정책으로는 정상화하기 어렵다. 여당은 실패한 정책의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오직 민생의 관점에서 관련 세제 등을 재점검해 밑바닥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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