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 ‘베토벤의 50분 대곡’ 50년만에 무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1971년 韓초연 ‘디아벨리 변주곡’
베토벤 생일인 16일 다시 선보여
조성진 등 수많은 후학들 키워내
“한국 피아노 연주 발전 격세지감”

피아니스트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는 “대곡에 달려 들었던 반세기 전 열정은 지금도 가슴 깊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피아니스트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는 “대곡에 달려 들었던 반세기 전 열정은 지금도 가슴 깊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작품에 대한 성찰은 더 생겼죠. 하지만 악보를 들여다볼수록 ‘이 어려운 곡을 어떻게 시작했었나. 젊었으니까 했구나’ 싶습니다.”

피아니스트 신수정(79·서울대 명예교수)이 베토벤의 50분짜리 대곡 ‘디아벨리 변주곡’을 국내 초연 반세기 만에 무대에 올린다. 베토벤 생일인 12월 16일에 맞춰 서울 서초구 모차르트홀에서 여는 ‘이야기가 있는 음악회: 베토벤’에서다. 그를 3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만났다.

그는 1971년 3월 5일 서울 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에서 동아일보사 주최로 열린 독주회에서 국내 최초로 ‘디아벨리 변주곡’을 연주했다. 서울대 김순열 교수(피아니스트)는 다음 날 동아일보에 기고한 리뷰에서 “치밀한 구성과 섬세한 터치로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22번과 23번 변주에서는 경쾌한 리듬과 정확한 기교를 보였고 32번 변주에서는 헨델풍의 장대한 푸가를 능숙한 솜씨로 처리했다”고 평했다.

그의 ‘디아벨리 변주곡’ 연주 소식을 전한 1971년 3월 6일 동아일보 지면.
그의 ‘디아벨리 변주곡’ 연주 소식을 전한 1971년 3월 6일 동아일보 지면.


신 교수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를 졸업한 뒤 1967년 귀국하기에 앞서 빈 무지크페라인 브람스홀에서 디아벨리 변주곡으로 독주회를 열었고 그해 일본 도쿄에서도 같은 곡으로 데뷔 연주를 가졌다. 같은 해 동아일보 주최로 열린 귀국독주회에서는 이 곡을 연주하지 않았다. 한국 청중에게 낯설고 긴 곡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제가 초연한 뒤에는 여러 피아니스트가 연주했죠. 연주계를 돌아보면 ‘우리가 이렇게 발전했구나’ 하는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지난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에 맞춰 연주할까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늦춰졌어요. 덕분에 한국 초연 50주년이라는 의미가 생겼네요.”

그는 1967년 처음 이 곡을 연주했던 빈 브람스홀을 올해 10월에 찾았다. 빈 베토벤 콩쿠르 심사위원으로였다. 한국 피아니스트 김다솔이 공동 2위, 박연민이 6위에 올랐다.

“개인적으로 의미 깊은 공간에서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기량을 겨루는 것을 보니 감회가 깊었죠.”

그는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을 비롯한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을 키워냈다. 제자들 얘기를 꺼내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아유, ‘조성진의 스승’ 같은 말은 부끄럽습니다. 워즈워드의 시에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이 나오듯이 ‘제자가 곧 선생’이죠. 다들 자기가 가진 재능으로 알아서 큰 거예요.”

그는 2014년 동아일보사에 기금 5000만 원을 기탁했다. 고 일민 김상만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을 기려 내놓은 이 기금으로 동아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고전주의 소나타를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 주는 ‘클래식소나타 상’, 서울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베토벤 소나타를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 주는 특별상이 신설됐다.

신 교수는 지난해 서울대 총동창회장직을 마쳤다. “훌륭한 후임자(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자리를 물려준 게 가장 큰 성과”라며 웃었다. 늘 그렇듯 지금은 ‘음악을 살고 있다’고, 연주하고 강연하고 가르친다고 했다. 그는 매년 바리톤 박흥우와 열어온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연주회를 26일 모차르트홀에서 갖는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신수정#피아니스트#디아벨리 변주곡#베토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