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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오미크론은 병원성 약한 ‘착한 놈’?… 델타와 다른 ‘이상한 놈’!”[인사이드&인사이트]

주철현 서울아산병원 미생물학과 교수 (‘바이러스의 시간’ 저자)
입력 2021-12-06 03:00업데이트 2021-12-0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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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의 정체는]
다른 변이 도태시킨 델타와 달리 집단 면역 뚫고 급속히 확산
“인체 면역, 다른 바이러스로 인식”
델타 확진자도 재감염 많아 새 PCR검사 등 방역 힘들 듯
감염증상은 가볍다고 보고돼… 델타보다 더 ‘나쁜 놈’ 아닌듯
백신 맞아야 위중증 악화 막아… 마스크-거리두기 방역 계속해야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종식시키는 영웅, 팬데믹 ‘시즌2’를 시작하는 악당, 그것도 아니라면 방역을 방해하는 불량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11월 19일 발견된 코로나19의 다섯 번째 우려 변이인 오미크론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오미크론의 정체는 앞으로 드러나겠지만 상황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이런 변이가 나오는 원인을 먼저 알아야 한다.》

첫째, 변이 바이러스는 사람이 가하는 ‘선택 압력’으로 인해 발생한다. 선택 압력이란 인간의 집단 면역과 백신 접종, 마스크 착용 등 바이러스 입장에서 전파를 막는 장애물을 뜻한다. 코로나19 유전자가 복제될 때 오류가 가끔 발생하는데 이를 돌연변이라 한다. 발생 위치가 무작위이기 때문에 유전 정보에 손상을 입거나 기능 변화가 일어난다. 정보가 손상된 돌연변이는 즉시 도태되지만 기능 변화가 일어난 돌연변이는 변이의 후보가 된다.

그림을 보자. 모든 코로나19 유전자가 전파에 최적화되어 있고 한번 전파되면 5개의 유전자를 복제한다고 가정해 본다. 첫 번째 그림을 보면 선택 압력이 없을 경우 ‘×’로 표시한 돌연변이가 도태되고 나머지 4개의 정상 유전자만 5개씩 유전자 20개를 복제한다.


아래 그림은 선택 압력이 생긴 상황을 보여준다. 이때는 이미 기존 환경에 최적화된 유전자들이 오히려 전파에 실패한다. 반면 ‘○’로 표시한 돌연변이는 선택 압력에 저항하는 기능을 가져 유전자 전파에 성공한다. 선택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돌연변이 유전자가 계속 전파되고 그 수가 늘어나 변이로 검출되는 이유다.


둘째, 변이들은 서로 생존 경쟁을 한다.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서만 증식할 수 있는 세포 기생체이다. 끝없이 새로운 숙주를 감염시켜야 유전자가 보존된다. 만약 다른 변이보다 전파 속도가 늦으면 바이러스가 도태된다. 새로운 숙주 감염을 놓고 변이 바이러스끼리 ‘속도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돌연변이 횟수가 늘어나면 더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변이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코로나19 변이의 개수는 80경 개에 육박하는데 실제 지역 확산이 일어난 관심 변이는 18종이다. 이 중 전 세계로 확산된 우려 변이가 알파(α), 베타(β), 감마(γ), 델타(δ), 오미크론(ο)이다. 현재는 델타가 다른 변이를 도태시키고 전 세계 코로나19 발생의 99.8%를 차지하고 있는데 갑자기 오미크론이 등장한 것이다.

셋째, 변이의 전파력과 해당 바이러스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인 ‘병원성’은 별개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전파가 이뤄지면 병원성이 낮아진다. 병원성이 높아지거나 변화가 없는 변이 바이러스는 속도 경쟁에서 밀려 도태된다. 바이러스의 목적은 자기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이지 숙주를 죽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에서는 이런 원칙이 통하지 않고 있다. 통상 전파력과 병원성의 반비례 관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증상 발현 후 전파’ 순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미처 증상이 발현되기도 전에 다른 숙주로 전파가 가능해 그다음 감염자의 증상이 바이러스 전파력과 상관없는 일이 된 것이다.

이제 오미크론의 예상 시나리오로 돌아가 보자. 오미크론이 델타를 때려눕힐 ‘착한 놈’인가? 착한 변이가 되려면 집단 면역에 의해 오미크론이 델타와 동일한 바이러스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래야 오미크론을 기억한 우리 몸의 면역이 델타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역은 오미크론과 델타를 별개의 바이러스로 인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파이크 유전자 부위에 32개의 돌연변이가 집중된 것과 전례 없이 빠른 확산 속도가 그 근거다. 오미크론의 ‘진앙(震央)’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북동부 하우텡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의 90%를 오미크론이 차지하는 데 12일 걸렸다. 델타가 100일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아프리카는 바이러스 전파의 ‘방화벽’에 해당되는 집단 면역 수준이 높다. 여기서 이렇게 빠르게 퍼진다는 것은 기존의 면역이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델타에 감염이 된 후 오미크론에 다시 감염된 사례도 다수 보고되고 있다.

그럼 오미크론은 델타보다 더 ‘나쁜 놈’인가? 나쁜 놈이 되려면 병원성이 더 높아야 한다. 하지만 오미크론 감염 증상은 가볍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 확진자의 80%가 무증상이라는 보도를 보면 더욱 안심이 된다. 하지만 현재 오미크론은 젊은 연령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위험 연령인 60세 이상의 감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만약 여기서도 폐렴 등 위중증 빈도가 낮다면 최소한 델타보다 더 나쁜 놈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델타와 상관없는 ‘이상한 놈’인가? 이 가능성이 가장 높다. 오미크론과 관련된 특이한 보고 중 하나가 코로나19에 이미 걸렸던 사람이 재감염되는 빈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는 델타와 오미크론이 따로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 경우 현실적으로 검사가 복잡해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오미크론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유전자증폭(PCR)검사를 따로 설계하거나 서열 분석이 필요하다. 이런 추가 절차는 방역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이 세 가지 시나리오 중 어떤 것이 맞을지는 앞으로 자료가 쌓이면 확인될 것이다. 하지만 정답이 무엇인지에 상관없이 방역을 지탱하는 세 기둥인 백신, 마스크, 거리 두기는 계속 중요하다. 일부에서는 백신이 오미크론을 막지 못하면 접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것과 개인을 보호하는 것을 혼동한 이야기다.

코로나19는 호흡기 점막에서 감염이 시작돼 인체 내부로 침투한다. 점막은 외부 환경과 접촉하는 ‘최전선’으로, 특화된 면역이 존재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점막의 면역을 뚫으면 다음 단계로 인체 내부의 면역이 작동한다. 하지만 백신은 근육 주사로 접종되어 점막 면역을 건너뛰고 내부 면역만 자극한다. 내부 면역이 만드는 항체와 세포는 점막으로 접근하는 게 불가능하다. 점막에서 일어나는 초기 감염 과정에서 백신을 통한 내부 면역이 만드는 항체와 세포의 역할이 적은 이유다.

하지만 백신을 통한 내부 면역은 감염이 인체 내부에서 진행되는 것을 방어한다. 백신 접종을 해도 돌파감염이 생기지만 위중증을 막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또 인체 내부 면역에는 항체 면역과 세포 면역이 있는데 오미크론 변이가 항체 면역을 무력화시켜도 세포 면역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세계화 시대의 바이러스에 국경이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선진국에선 이미 백신 3차 접종을 시작했지만 후진국은 1차 접종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의료가 취약한 국가에서 마음껏 전파돼 천문학적인 변이를 실험하고, 그중 제일 잘 퍼지는 변이가 선진국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간다. 팬데믹은 인류 공동의 문제다. 과학은 코로나19와 싸울 무기를 제공하고 있지만 인류는 국가주의에 갇혀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주철현 서울아산병원 미생물학과 교수 (‘바이러스의 시간’ 저자)

주철현 서울아산병원 미생물학과 교수 (‘바이러스의 시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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