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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미래비전도 백의종군도 없이 “대선 승리” 김칫국 마시는 野[광화문에서/윤완준]

입력 2021-12-06 03:00업데이트 2021-12-0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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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정치부 차장
“DJP연합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번에도 충청과 영남이 연합했다. 선거는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인사는 최근 당내에서 “이런 얘기까지 들린다. 걱정이 된다”고 했다. 호남의 김대중, 충청의 김종필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 단일화를 했다. 김대중 후보는 충청권 표를 흡수하며 여당 후보인 이회창을 누르고 정권을 교체했다. “이번 대선엔 충청(윤석열)과 영남이 함께한 것이니 선거 결과는 이미 뻔하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대선 승리를 당연시하니 너도나도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어떤 식으로든 들어가려 한다고 한다. 선대위에서 한자리를 해야 집권 뒤 청와대든 정부 어느 부처든 공공기관이든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러니 “내가 아니면 안 된다” “누굴 챙겨줘야 한다”며 선대위에서 자리다툼이 일어난다. 일부 의원은 “지방에 내려가 지역 민심을 훑어 달라”는 윤석열 후보의 요청에 손사래를 쳤다는 얘기도 들린다. 당은 움직이지 않고, 의원들은 벌써 대선 이후 당권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당권을 잡는 데에만 관심이 있지 당권을 잡아 당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한다. 중진 인사는 “윤 후보에게 노란불이 켜졌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기성 정치의 주류가 아니다. 그의 등장은 ‘여의도 정치’에서 탈피해 새로운 정치 비전을 보여 달라는 시대 조류의 흐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가 그런 구태 정치에서 벗어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러지 못했다”는 게 이 인사의 답이다.

많은 국민들이 바라는 또 다른 리더십은 사회 격차와 양극화를 해소하는 온기가 느껴지는 정치다.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산업은 물론이고 교육 시스템까지 전면적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요구하고 있다. “1960년대 산업화, 1980년대 민주화, 2000년대 세계화에 이어 2020년대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라고 얘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많은 이들의 눈에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이런 미래 비전으로 서로 싸우지 않았다. 대선 승리가 기정사실화한 것처럼 ‘집권하면’이라는 전제로 대선 이후 자신들의 이익을 어떻게 챙길지, 그 이익을 챙기기 위해 지금 어떤 자리를 차지해야 할지 싸우는 것으로 비쳤다. 중진 인사가 ‘옐로카드’를 꺼낸 뒤 며칠 안 돼 이준석 당 대표의 잠적 사태로 당내 갈등이 폭발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을 내려놓고 집권 이후 어떤 직도 맡지 않겠다는 윤 후보 측근들의 백의종군도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 국민의힘 인사들이 대선 승리의 근거로 거론하는 DJP연합 때 ‘동교동 가신’이라 불리던 권노갑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7명은 “집권할 경우 청와대와 정부의 정무직을 포함해 어떤 임명직 자리에도 결코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민들의 삶과 상관없는 이익을 둘러싸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야당을, 정권 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높다는 이유로 유권자들이 선택하려 할까.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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