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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오늘과 내일/정원수]‘몰래 변론’ 첫 구속, 국회는 보고만 있나

입력 2021-12-06 03:00업데이트 2021-12-06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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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태료 처분이 2017년 형사처벌로 바뀌어
재발 반복에 처벌 강화 논의… 국회서 막혀
정원수 사회부장
“전관예우 비리의 총체 같다.”

대전과 광주에서 각각 활동하던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2명이 지난달 23일 동시에 구속 수감된 것에 대해 한 법조계 원로는 이렇게 말했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윤모, 서모 변호사는 ‘철거왕’으로 불리던 다원그룹 이모 회장의 운전기사 출신의 재개발업자 서모 씨 관련 사건을 지난해 1월 맡았다. 약 두 달 전인 2019년 11월 구속 기소돼 1심 재판 중이던 서 씨 측으로부터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다. 서 씨는 광주지법에서 당시 자신의 재판을 담당한 장모 판사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판사 출신 고모 변호사를 처음에 정식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고 변호사와 재판장의 친분이 두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자 새 변호인을 찾아 나섰다.

서 씨 측은 재판장과 가까운 대전의 윤 변호사를 수소문한 뒤 광주에서 활동하던 윤 변호사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서 변호사를 대전까지 보내 윤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곧이어 윤 변호사는 재판장에게 보석 청탁 전화를 했고, 12일 뒤에 서 씨는 보석을 허가받아 석방됐다. 서 씨 측이 1억5000만 원의 성공 보수를 건네자 윤 변호사는 1억2000만 원을 받고 “대전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며 서 변호사에게 소개비 명목 등으로 3000만 원을 건넸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다.

당사자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재판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검찰 수사대로라면 전관 변호사의 은밀한 청탁 전화 한 통에 억대의 금품이 오간 심각한 법조 비리 사건이다. 법관 출신 변호사 3명이 재개발 비리로 구속된 건설업자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고, 이들의 요구가 재판 과정에서 관철된 것이어서 법원 내부의 충격도 매우 크다. 유치 수당 30%를 지급하고 법조 브로커를 통해 사건을 수임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2명이 2003년 창원에서 한꺼번에 구속된 적이 있는데, 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 2명이 동시에 수감된 것은 18년 만에 처음 있는 사례라고 한다.

특히 검찰은 윤 변호사의 구속영장 범죄 사실에 선임계 없이 변론 활동을 한 ‘몰래 변론’ 혐의를 포함시켰다. 재판장이나 검사 등과 친분이 있는 전관 변호사가 재판 중이거나 수사 중인 사건의 처리를 부탁하고 청탁이 성사가 되면 고액의 수수료를 챙기는 몰래 변론은 전관예우의 가장 심각한 병폐 중 하나다. 당초 과태료 처분 사안에 불과했지만 2016년 검찰 고위직 출신의 몰래 변론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변호사법이 개정됐다. 그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변호사법 전면 개정을 국회에 제안했고, 국회가 이를 받아들여 2017년부터 몰래 변론은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 윤 변호사는 몰래 변론 구속 1호다.

법무부는 지난해 3월 몰래 변론에 대한 형사 처벌을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 원 이하’로 강화하는 내용의 전관예우 특혜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윤 변호사는 법무부의 대책 마련 도중에 버젓이 몰래 변론을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현행법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정부가 올 6월 국회에 제출한 전관예우 처벌강화법에 대해 국회 전문위원은 ‘법 개정 취지가 타당하다’는 검토보고서를 냈지만 상정 이후 국회 논의에 진척이 없다. 20대 국회 때인 2019년 몰래 변론 재발 반복에 처벌 강화법이 발의됐지만 폐기된 적이 있다. 21대 국회도 몰래 변론의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계속 방치만 할 건가.

정원수 사회부장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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