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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뉴턴은 왜 복잡한 기하학으로 책을 썼나

입력 2021-12-04 03:00업데이트 2021-12-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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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품은 수학, 수학을 품은 역사/김민형 지음/248쪽·1만5800원·21세기북스
고전 물리학의 정수로 통하는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 원서는 타원, 직선, 원 등 온갖 도형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온갖 수식들로 채워진 요즘 물리학 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뉴턴이 도형으로 설명한 물리학 이론들은 간단한 수식들로 대체할 수 있다. ‘수학 천재’ 뉴턴이 굳이 대수가 아닌 기하로 프린키피아를 저술한 이유는 무얼까.

이 책을 쓴 김민형 영국 에든버러대 석좌교수(수리과학)는 이 단순한 질문을 통해 1571년 ‘레판토 해전’ 이후 이슬람권과 분리된 유럽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논하고 있다. 김 교수는 서울대 수학과를 조기 졸업하고 한국인 최초로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를 지낸 세계적 수학자다.

그에 따르면 대수학은 이슬람, 기하학은 고대 그리스에서 각각 융성했다. 예컨대 이슬람권에서는 로마 숫자보다 곱하기에 훨씬 편리한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해 11세기에 이미 3차 방정식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립했다. 이에 비해 고대 그리스에서는 기원전 6세기의 피타고라스 정리처럼 기하학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유럽은 중세 말 이슬람권을 통해 대수학과 고대 그리스 기하학을 수용하며 14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예비했다.

그런데 1453년 오스만 제국의 콘스탄티노플 함락에 이어 1571년 레판토 해전을 거치며 지중해 동서를 이슬람과 유럽이 양분하는 상황에 이른다. 15, 16세기 이후 동서 문명의 분기가 본격화된 것. 이에 따라 이슬람에서 습득한 대수학보다 고대 그리스 문명에서 사용한 기하학을 강조하는 흐름이 뉴턴의 프린키피아에 반영됐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그는 “사회 문화적 요구가 과학의 진화에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수학의 진화 방식을 연구하면 유럽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언뜻 서로 무관해 보이는 수학과 역사학이 긴밀한 접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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