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 “3년만 지나면 사명감 없어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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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3일 1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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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층간소음으로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과 서울 중구 스토킹 살해 등 경찰의 부실한 대응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현직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이가 “경찰 일을 계속하면 사명감이 사라지게 된다”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2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소속이 경찰청인 한 누리꾼이 ‘경찰의 사명감이 점점 사라지는 이유’라는 글을 올렸다.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로 본인인증을 해야 글을 올릴 수 있다.

A 씨는 “이 조직에서 3년간 일하면 사명감이 사라지고 다 똑같아진다”며 “내부망에 올라오는 판례를 보면 적극적이던 직원들이 다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실제 판례를 예를 들었다. 그는 “가정 폭력 신고가 들어와 현장에 갔는데 내부 확인을 하려던 직원이 뺨을 맞아 가해자가 공무집행 방해죄로 체포됐는데 법원에서 무죄가 나왔다”며 “이유는 부당한 주거침입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게에서 난동을 부리던 취객을 제압했는데 취객이 다쳤다며 5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며 “교통 단속 중 신분증을 뺏으려 달려드는 운전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다쳤는데 경찰이 4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도 있었고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자를 쫓다가 사고가 나자 ‘무리한 추격’이라고 징계를 받은 사례도 있다”라고 실제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A 씨는 “적극적으로 일하다가 소송에 걸리면 하나도 보호해주지 않는 조직”이라며 “선배들이 소송에서 몇천만 원씩 깨지고 혼자 머리털 빠지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 다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조직은 정말 각자도생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며 기계처럼 일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 글은 2일 오후 현재 삭제된 상태다.

경찰청 직원으로 보이는 누리꾼들은 이 글에 공감했다. 한 누리꾼은 “경찰관 개개인이 공정한 법 집행을 하기 위해 너무 많은 제약과 책임이 있다. 이것은 경찰 조직에서 든든하게 뒤받쳐줘야 실현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일반 누리꾼들 역시 “대부분 경찰관은 열심히 일한다. 연말에 취객들 다 챙기는 모습 보면 짠하기까지 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경찰 채용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등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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