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남아시아, 백신불신·열악한 의료인프라…변이 발생 원인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2일 1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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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와 남아시아 각국에 공급할 코로나 19 백신 부족 현상은 어느정도 해소됐지만 이들 나라의 보건 인프라가 미흡하고 백신 회의론이 널리 퍼져 있어 주민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도록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된 사실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의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발도상국들에 백신이 거의 공급되지 못하면서 새로운 변이가 발생하는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각국의 지도자들이 이들 지역의 공급 지연이 전반적으로 백신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남아공에서 진행된 과정은 그보다는 훨씬 복잡한 이유가 있음을 시사한다.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마찬가지로 남아공도 부유한 나라들이 백신을 독점함에 따라 몇 달 동안 백신 공급을 기다려야만 했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아직도 주민 다수에게 백신을 공급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다만 백신이 대량으로 공급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개발도상국의 미비한 의료 인프라로 인해 백신이 주민들에게 전달되기 어려우며 특히 지방의 경우 공급 부족에 인력부족까지 중첩돼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오미크론보다 더 감염력이 크고 더 증상이 심한 새로운 변이가 나올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대두하고 있다.

특히 지방과 오지에서 정부 및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이 더 커 이로 인한 백신 기피현상도 불거지고 있다. 서구 식민지 시대의 착취와 의학적 남용에 따른 부작용이다.

또 미국과 유럽에서 불거진 잘못된 백신 불신론의 영향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면서 아프리카 오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아프리카 담당 마치디소 모에티 국장은 “말할 것도 없이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현상이 백신 공급을 막는 한 요인”이라면서 부작용 가능성을 알리는 뉴스와 소문이 “널리 퍼지면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종이 발견되기 며칠 전 남아공의 보건 당국자들은 화이자 백신과 얀센 백신 공급을 거절했다. 이미 1600민회분의 재고가 있는 가운데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이 적어서 백신이 상할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남아공 성인의 36%만이 접종을 완료했지만 접종 증가 속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정부 통계에 나타난다. 남아공에서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

나미비아, 짐바브웨, 모잠비크, 말라위 등도 백신 제조사 및 기부자들에게 백신공급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추가로 공급되는 백신을 쓸 수가 없다는 이유다.

백신에 대한 불신과 들쭉날쭉한 백신 공급이 백신 접종을 거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점은 이미 연구로 밝혀져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가난한 나라일수록 더 심하게 나타난다고 예일대 감염병학자 사드 오메르박사가 말햇다.

그는 대중을 상대로 한 설득과 잘 조율된 백신공급을 통해 이런 불신을 해소할 수 있지만 “저소득 국가엔 백신 교육과 홍보 투자가 거의 없다”면서 “우린 백신을 공항에 떨어트려 주고 사진만 찍으면 사람들이 공항으로 몰려와 백신을 가져갈 것이라고 잘못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경우 보건 종사자 네 명 중 한 명만이 백신을 맞았다고 WHO 관계자들이 밝힌 적이 있다. 일부 국가들의 경우 절반 가량이 백신을 맞을 생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도의 경우 보건 종사자들이 시골 마을에서 폭력적인 저항에 맞닥트리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 미졸자 사이에서 백신 회의론은 50%에 육박하며 공급된 백신의 3분의 2 이상이 못쓰게 된 사례도 있다.

여전히 백신 접종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많다. 연초 남아공에서 처음 백신이 공급됐을 때 성인의 3분의 1이 서둘러 맞았으며 다른 국가들도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일부 지역에서라도 증가하면 새로운 변이나 기존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전세계가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접종률을 달성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남아공에서 정부와 의료당국에 대한 불신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팽배했다. 그러나 백신 공급이 몇 차례 중단되는 와중에 통행이동 제한이 실시되면서 부패에 대한 의심이 확산된 것도 주민들의 백신 불신에 기여했다.

남아공의 비영리단체 코비드 콤스 설립자 크리스 빅은 “백신을 공급하는 공중보건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 말한다.

이 단체는 백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지만 백신 불신론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프리토리아 지방 아테리지빌에서 교육을 받은 스무살 여성은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티디바트소 라카베라는 이름의 여성은 “코로나가 가짜라고 생각한다”면서 “정치인들이 우리를 속이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말한다.

연초 미국에서 얀센백신을 맞은 사람이 매우 희박하게 혈전이 발생할 가능성 때문에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남아공은 백신 접종 인력에 대한 접종을 유보한 적이 있었다. 이후 두 나라 모두 백신이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백신 접종을 재개했었다.

남아공 정부는 TV를 통해 영어로 정기적으로 브리핑을 하고 있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주민들 사이에선 라디오를 주로 듣는다.

또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수백만명이 온라인 접종 등록 시스템에 접속할 수 없는 점도 문제가 된다.

대통령실 대변인이 부패 혐의로 물러난 사건도 정부의 봉쇄 해제 노력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보건부장관은 보건부가 900만달러의 홍보 계약을 부정하게 체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임했다.

인종적 갈등도 큰 장애요인이다.

남아공의 백인 주민들이 특히 백신 회의론이 심하다. 흑인이 이끄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일 수도 있고 미국의 백신 음모론자들 주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백인 사회에 널리 퍼진 것도 원인일 수 있다.

남아공의 흑인들이 접종에 더 호의적이지만 그들의 접종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백신 접종 장소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그곳까지 갈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일부는 2차 접종에 대해 특히 걱정을 많이 하기도 한다.

백신 회의론은 전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며 전문가들은 백신 회의론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있어왔다고 말한다.

가난한 촌구석에선 보건 관련 자원이 태부족한 것이 보통이다. 이 때문에 중앙이나 외국에서 온 의사들이 백신 접종을 감독하지만 이들 지역을 착취하고 괄시해온 역사로 인해 외부인이 의심스러운 주사를 놓는 것을 불신하고 있다.

1959년 천연두 예방접종이 전세계적으로 시작됐을 때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는 식민지 시대 의학적 남용을 되풀이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28년 동안 지속된 천연두 백신 접종 과정에서 WHO 관계자들이 물리력을 사용해 백신을 접종해야 했던 경우도 적지 않았다.

소아마비를 퇴치하기 위해 1980년에 시작한 백신 접종 캠페인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가난한 나라와 못사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백신 불신론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 당국과 특히 서구 각국 정부들이 절대로 자신들을 돕기 위해 나설 일은 없다고 믿는 것이다.

2000년대 초 나이지리아에서 종교적 갈등이 확대되면서 외국 보건당국자들이 소아마비 백신으로 회교도의 임신 능력을 차단하려 한다는 헛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론 인해 소아마비 백신 접종이 지연되고 심지어 당국이 나서서 금지한 사례가 남아시아를 포함한 15개 국가에서 있었다.

아프리카질병통제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15개국에서 43%의 주민이 아프리카 사람들을 백신을 시험하는 실험 동물로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1990년대 서방 제약회사들은 아프리카 주민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서방 국가들도 국내의 백신회의론에 맞닥트려 고전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개발도상국 오지에 확산돼 있는 회의론을 극복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주민들이 원치 않는 백신을 서구 강국이 나타나 강제하는 것은 반발을 불러올 위험이 크다.

예일대 오메르 박사는 “미국과 전세계 각국이 안전해지기 위한 일일지라도 미국에서 백신 접종이 성공을 거둬야 국제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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