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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교양 있는 남자[이은화의 미술시간]〈191〉

이은화 미술평론가
입력 2021-12-02 03:00업데이트 2021-12-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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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로 보티첼리 ‘원형 메달을 든 청년의 초상’,1480년경.
메디치 가문은 재능 있는 예술가들을 후원해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특히 산드로 보티첼리는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가장 많이 받은 화가였다. 올해 1월 그의 초상화 한 점이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9220만 달러(약 1089억 원)에 팔려 화제를 모았다. 도대체 그림 속 남자는 누구고, 무엇 때문에 그토록 고가에 팔린 걸까?

초상화 속 모델은 메디치 가문의 젊은 남자로 추정된다. 보티첼리의 또 다른 그림 ‘코시모 데 메디치 메달을 든 남자의 초상’과 구도 및 표현 방법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남자가 입은 튜닉은 성직자 옷처럼 단순하고 소박해 보이지만, 상당히 값비싼 의상으로 푸른색 원단은 당시 피렌체에서 매우 구하기 힘든 것이었다. 부와 권력을 쥔 메디치 가문 사람이 아니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고급 의상인 것이다. 남자가 손에 든 원형 메달 속엔 14세기 이탈리아 최고의 화가로 손꼽히는 바르톨로메오 불가리니가 성자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메디치가 청년은 화려한 의상을 입고 부를 과시할 수도, 남성성을 강조한 이미지로 권력과 힘을 드러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책을 들고 지식인임을 강조할 수도 있었을 터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그림을 든 예술 후원자 모습이다. 화가는 당시 피렌체 상류사회가 지향했던 아름다운 이상을 이 초상화에 담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예술을 아는 교양인만이 피렌체의 지배자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보티첼리는 신화나 성경 이야기를 담은 대형 그림을 많이 그렸다. 초상화는 10여 점밖에 남기지 않았다. 이 그림이 비싼 이유는 르네상스 황금기를 대표하는 화가의 명성, 그의 초상화라는 희소성, 시대의 이상을 담은 주제, 메디치가의 남자 초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의 40년 동안 보티첼리 걸작으로 세계 주요 미술관에 전시되기만 했지, 시장에 나온 적도 없었다. 부호 컬렉터들의 소유욕을 자극하기 충분한 명작인 것이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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