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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세상 참 많이 바뀌었네요”[간호섭의 패션 談談]

간호섭 패션디렉터
입력 2021-12-01 03:00업데이트 2021-12-01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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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스트리트 패션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간호섭 패션디렉터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새삼 큰 변화를 느낍니다. 정장은 거의 없고 점퍼나 스웨트 셔츠 같은 캐주얼이 대부분입니다. 브랜드가 다를 뿐 디자인은 비슷합니다. 신발은 남녀노소 스니커즈입니다. 말 그대로, 요즘 스트리트(거리) 패션의 대세가 ‘스트리트 패션’인 것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패션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사실 패션은 전 세계를 뒤흔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요새 스트리트 패션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전 후인 1950년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그간 참아왔던 패션에 대한 욕구가 폭발했습니다. 특히 승전국 미국을 중심으로 대량생산·소비 경향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미국의 대중문화는 매력적인 촉진제였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발전으로 틴에이저 문화가 급속히 퍼져 나갔습니다.

하위문화로 불리는 이 새로운 문화는 반항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왕족이나 귀족 같은 상류층 패션을 따르려 했다면, 1950년대 이후 하위 패션이 부각됐습니다.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그들만의 커뮤니티에서 그들만이 즐기는 모양새로 표현되니까요. 로큰롤을 즐기는 젊은 세대의 롤 모델은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입니다. 미끈하게 빗어 넘긴 머리에 귀밑 구레나룻이 필수이고, 가슴을 드러낸 실크셔츠와 딱 붙는 스키니진은 세계적인 스트리트 패션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오토바이 라이딩을 즐기는 젊은 세대의 롤 모델은 배우 말런 브랜도(사진)입니다. 라운드 면 티셔츠와 라이더 가죽 재킷은 지금까지도 클래식한 스트리트 패션으로 자리매김해 사랑받고 있으니 말이죠. 영화 제목마저 스트리트 패션을 닮은 ‘이유 없는 반항’의 배우 제임스 딘은 2년간 단 세 편의 영화에 출연한 뒤 사망했지만, 그가 입었던 레드 점퍼와 청바지 패션은 아직까지도 전설로 남아 있죠.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청바지 가격에 놀라도 보고, 스포츠 브랜드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스트리트 브랜드로 변하는 과정도 지켜보았습니다. 이브닝 드레스를 만들던 콧대 높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스트리트 패션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도 보게 됐습니다. 세상 참 많이 바뀌었네요. 하지만 바뀐 세상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그간 패션계에서 미뤄왔던 환경 문제나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사회적 평등에 대한 인식이 스트리트 패션을 통해 전파되고 있으니까요. 그 덕에 친환경 소재의 사용이 늘고,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부각됐으며, 그리고 인종과 성 차별을 배제한 고용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정말, 세상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간호섭 패션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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