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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국제

유럽 6개국 이상 원전 개발로 회귀…“소형 원자로 인기 높아”

입력 2021-11-30 11:15업데이트 2021-11-3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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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만만한 기후변화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에너지원이 필요한 유럽국가들이 수십년 동안 백안시하던 원자력발전에 새롭게 눈을 돌리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석탄 발전량이 많은 폴란드는 소형 원자력발전소 여러 개를 지을 계획이며 영국은 건설비가 저렴한 모듈형 원자로를 개발중인 롤스로이스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대규모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지도자들이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서면서 원자력 산업이 부활의 계기를 맞고 있다.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의 재난 이후 외면돼 왔으나 지지자들은 원자력이 태양 및 바람과 함께 청정에너지원으로서 인정받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유럽국 가운데 6개국 이상이 최근 새세대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예전보다 크기가 작아서 부지가 적게 필요하고 건설비용이 적게 드는 소형 발전소의 인기가 높다. 조 바이든 미 정부도 미국의 “대규모 탈탄소화”를 위한 방편으로 소형 원자로 기술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영국 핵혁신연구 및 자문기구 일원이면서 원자력 사용을 지원하는 비영리 민간 단체 테라프락시스 설립자 커스티 고건은 “원자력은 기후변화 운동의 주류”라면서 “지금부터 10년이 중요하다. 진정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자력이 기후변화 해법이라는 생각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10년 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몇 달 만에 독일 정부는 핵발전소를 점진적으로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현재 독일은 유럽의 청정에너지 추진을 위해 핵발전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는 선두주자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유럽 땅에 핵발전소가 늘어나면서 방사성 폐기물이 증가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반대 움직임으로 유럽 최대 핵발전 국가인 프랑스에서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등 핵발전소 투자를 늘리기를 원하는 동유럽국가들과 각별히 협력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유럽연합(EU)가 핵에너지를 “지속가능한” 투자로 분류함으로써 수십억유로에 달하는 국가 보조금과 연금펀드, 은행 및 기타 기관의 투자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오스트리아, 덴마크, 룩셈부르크와 스페인은 독일과 함께 이를 저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핵산업 지지자들은 소규모 모듈형 발전소(SMR) 기술이 안전하고 비용이 적게 들며 효율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풍력과 태양력만으로 각국이 글래스고 유엔기후정상회의에서 제시된 목표를 달성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유가가 급등함에 따라 유럽 각국 정부들이 서둘러 대안 에너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핵에너지 지지자들은 이번 일이 새 세대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6년전부터 SMR을 개발해온 롤스로이스사의 톰 샘슨 최고경영자(CEO)는 “핵은 넷제로(탄소배출과 감축량이 일치해 추가적인 탄소배출이 없는 상태)를 달성하는데 정말 중요하다”면서 드디어 때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롤스로이스사는 이번 달 SMR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십억달러 규모의 시장에 뛰어 들었다. 누스케일, GE히타치, 테라파워(빌 게이츠가 대표) 등의 미국 기업들과 프랑스 국영 엘렉트리시테 드 프랑스, 중국 국영 중핵집단 및 한국의 한전(KEPCO)과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제트엔진과 영국 해군 핵잠수함 핵발전 원자로를 공급해온 롤스로이스사는 영국에 16개의 발전소를 짓고 해외에도 추가로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모듈화된 부품을 트럭이나 배로 운송하는 방식으로 건설 비용을 기존 대형 원전 건설비의 10분의 1 수준인 30억달러(역 3조5655억원)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롤스로이스사 원전 조감도는 녹지에 들어선 작고 미래지향적인 건물을 묘사하고 있다. 발전소 1기의 발전량은 대형 발전소의 7분의 1 정도로 수백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영국과 유럽의 노동조합들은 새 원전 사업이 태양열과 같은 재생에너지 분야보다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지하고 있다.

반면 반대자들은 원전이 넷제로 달성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원자력 발전소는 규모가 작다고 하더라도 규제 문제 등으로 전력을 공급하기까지 10년 가량이 걸리기 때문에 시급한 기후변화 대응에 걸맞지 않다는 것이다. 롤스로이스사 SMR은 2031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안전문제와 방사성폐기물 처리문제도 여전히 핵발전의 약점이다.

크로아티아는 슬로베니아가 국경 근처에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짓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독일 녹색당은 폴란드 원전 계획에 대해 사고시 독일도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독일에 주재하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마크 힙스 선임연구원은 빠르고 값싸게 에너지를 생산하는 SMR의 능력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SMR 10기는 기존의 대형 원자로 1기와 맞먹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그린피스 수석과학자 더그 파는 “사회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산업적 문제만 해결됐을 뿐”이라면서 “SMR이 대형 원전의 나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시도한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은 그러나 이같은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한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달 프랑스의 원전계획을 다시 가동해 프랑스의 탄소배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30일 파리에서 개막하는 세계원자력전시회(WNE)에 참석해 구체적인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진다.

프랑스 정부가 펴낸 보고서는 재생에너지만으로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프랑스 정부는 국영 엘렉트리시테 드 프랑스(EDF)가 6기의 새 가압원자로를 짓도록 할 예정이며 이 회사가 2030년까지 SMR을 생산하도록 투자할 계획이다. 부채가 400억 유로(약 53조6600억원)가 넘는 EDF를 살리는데 SMR이 생명줄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동유럽국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원전 설립 계획이 붐을 이루고 있다.

석탄 발전에 주로 의존하는 폴란드, 루마니아, 우크라이나가 미국 및 유럽 회사들과 SMR 계약을 체결했으며 폴란드는 해안가에 기존 대형 원자로 절반 크기의 원전을 지어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해결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핵에너지연구소 존 코텍 정책개발 및 홍보담당 부사장은 “새 발전소를 단기간에 저비용으로 지을 수 있게 된 것이 원자력 산업 부흥의 핵심 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은 여전히 핵발전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으며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카네기 재단 힙스 선임연구원은 “EU가 합의를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며 각국 정부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수조달러의 자산 투자처를 찾고 있는 투자자들도 원전 분야를 외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크레디스위스 은행의 지속가능성담당 최고 책임자 마리사 드류는 “기후 변화 관련자들은 원전이 청정에너지원이라는데 대체로 동의한다”면서 “경제성, 규모, 안전성, 청정성 면에서 합리적인 방안이 제시된다”면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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