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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사회

7세 아이 ‘피눈물’ 그림엔…명문대 과외 선생의 학대가 담겨있었다

입력 2021-11-30 09:57업데이트 2021-11-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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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면 더 때릴 거다”…지속적 협박
8개월 중 2개월의 학대 사실만 인정돼 집유 선고
사진=YTN 보도화면 캡처
명문대에 재학 중인 과외 선생이 7세 아동을 수개월간 지속해서 학대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선생은 피해 아동에게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하며 학대 사실을 은폐해왔다. 피해 아동은 학대 후유증으로 뇌진탕 증세와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YTN은 과외 교사 A 씨가 수업 시간 중 피해 아동 B 양의 얼굴과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폭행·학대 행위를 일삼았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행각은 평소와 달라진 B 양의 모습을 수상히 여긴 부모가 공부방에 설치한 CCTV에 포착되며 밝혀졌다.

YTN이 공개한 CCTV에는 A 씨가 손가락을 튕겨 B 양의 얼굴을 때리는 모습이 담겼다. B 양이 무언가를 집으려 일어나자 가슴팍을 잡아당겨 앉히고, 주먹으로 머리를 마구 때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겁에 질린 B 양은 두 팔을 들어 애써 막으려고 했지만, A 씨는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A 씨는 “부모님에게 말을 하면 나쁜 사람이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더 때릴 거다”라는 등의 말로 협박해 B 양이 학대 사실을 말하지 못하도록 했다.

사진=YTN 보도화면 캡처


B 양은 피해 사실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교통사고를 당해 혼이 나가 있거나, 피눈물을 흘리는 모습 등을 그렸다. B 양의 고모부는 “아이를 완전히 심리조절을 해서, 요샛말로 '가스라이팅'이라고 하지 않나. ‘너 엄마한테 얘기하면 가만 안 놔둔다’ 이런 식으로 오랜 기간 협박한 것”이라고 말했다.

B 양의 고모도 “(폭행당해서) 너무 다쳐서 아팠고, 아파서 공부는 할 수도 없고, 자기가 정말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서 ‘나는 이렇게 죽어가고 있다’ 이런 그림을 (고모) 집에다가 그려놓고 간 것”이라고 전했다.

A 씨는 국내 손꼽히는 명문대에서 아동 복지를 전공하는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한다. B 양의 고모는 “서울대라는 게 가장 중요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믿고 과외 선생을 쓰게 됐는데 속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을 알게 된 B 양의 부모는 곧바로 A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B 양은 경찰 조사에서 과외가 시작된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간 학대를 당했다며 “첫 번째 수업부터 때려서 아팠다, 엄마나 아빠한테 말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울면 시끄럽다고 또 때려서 울지도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B 양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학대 후유증으로 뇌진탕 증세와 불안장애를 앓고 있고, 어른을 무서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 양의 고모는 “(공연을 보러 가서) 공연하는 사람들이 사진도 찍어주고 인사도 하고 악수하려고 내려오니까 그냥 여기로(의자 밑으로) 가서 숨었다”며 “어른이 너무 무섭다고. 자기는 아이라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더라”라고 했다.

A 씨는 “아이가 문제를 풀지 않고 멍하게 있어서 참지 못하고 때렸다”면서도 처음부터 폭행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8월부터 때리기 시작했다는 A 씨의 진술을 받아들여 과외 수업 8개월 가운데 2개월간 저지른 학대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초범이고 상습 학대 정도가 심하지 않은 점, 반성하고 있다는 점,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 양의 가족들은 B 양이 8개월간 최소 900번 이상 학대당했다는 증거를 더해 항소할 예정이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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