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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인사이드&인사이트]기준금리 1%로 올린 한은, 통화정책 ‘속도 조절’ 여유 생겨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입력 2021-11-30 03:00업데이트 2021-11-3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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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중앙銀, 인플레 대응 고심
美연준, 인플레 방관 안 할 것… 1970년대식 인플레 가능성 낮아
금리 인상 빨라지면 시장 영향
韓 물가 상황 미국보다 안정적… 11월 물가 상승률, 2%대 복귀
가계부채 대책, 파급효과 살펴야
《인플레이션이 세계적 이슈다.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30여 년 만에 최대 폭인 6.2% 상승했다. 한국 물가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3%대로 올라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말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의 인플레이션 시대가 오는 것일까.》

○ 제로금리, 부양 정책이 밀어 올린 물가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우선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높아지고 있는 첫 번째 요인은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해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경기의 급격한 하락을 제어하는 것이 지상목표가 됐던 지난해 3월 제로금리와 대규모 양적 완화 등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거의 다 동원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때 했던 과감한 정책에도 당시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이 반면교사가 됐다. 연준은 이번에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확실히 회복될 수 있도록 통화 완화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인플레이션이 2% 목표 수준을 넘어도 이를 상당 기간 용인하겠다는 ‘평균인플레이션 목표제(Average Inflation Targeting)’의 명시적 도입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연준의 시나리오는 올해 초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추진된 대규모 부양정책 이후 삐걱대기 시작했다. 당시 집행된 1조9000억 달러의 지원금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9%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였다. 한국 경제로 환산하면 거의 200조 원의 재정자금이 일시에 뿌려진 셈이다. 이 금액의 3분의 1만 실제 지출로 연결된다고 가정해도 미국 GDP는 3%가량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연준은 부양정책 시행 직후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 내외에서 6% 수준으로 올려 잡았다. 당시에도 이미 과잉 부양정책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는 상당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지적같이 지출 확대로 성장률이 높아지면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최근의 물가는 통상적인 수요 압력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등했다. 그 배경에는 이른바 ‘공급망 충격’이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끝단에 있는 개발도상국들은 여전히 코로나19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 갑자기 들이닥친 선진국의 생산 주문을 원활하게 받아낼 준비가 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에너지 가격도 급등했다.

○ 1970년대 같은 인플레이션 시대는 오기 힘들어


물가 상승이 이례적이고 예상을 크게 상회하고 있지만 연준은 통화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성격이 아닌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때 ‘일시적’의 개념은 수년간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지 1, 2개월 뒤 사라질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수긍할 수 있는 논리다. 공급망 충격은 개도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도 전년의 급락에 대한 반등이 워낙 크게 작용하고 있어 내년 이후에는 상승세가 약화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일시적’인 부분을 제외한 인플레이션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통화정책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3분기(7∼9월) 미국 개인소비지출 핵심물가지수(Core PCE)는 전 분기에 비해 4.5%(연율 기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틀림없이 연준의 목표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다만 대규모 부양 효과가 집중됐던 2분기의 6.1%에 비해서는 다소 낮아졌다. 앞으로도 경기부양 효과가 희석되면서 더욱 완만해질 것이라는 연준의 기대가 실현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다.

만일 연준의 예상이 틀린다면 1970년대 같은 인플레이션 시대가 올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때와 달리 만성적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학계뿐 아니라 정책 당국자와 일반인에게도 널리 인식되고 있다. 연준이 큰 폭의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때까지 수수방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대신 금리 인상의 시점과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출렁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래에 대한 기대를 먹고사는 금융시장에서 시장 예상이 어긋날 경우 작지 않은 가격 조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일시적 교란 요인을 제거한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는 조금 높지만 2%를 크게 상회하지 않는 수준에서 안정되는 것을 목표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연준의 이 같은 통화정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증폭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연준보다는 여유 있는 한국은행


한국에선 주택가격 급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것이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물가 상황은 미국에 비해 안정적이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2%는 지난해 통신비 지원의 기저효과에서 비롯된 결과다. 11월부터 물가 상승률은 2%대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1%대 중후반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 5년여 동안 물가 상승률은 0%대까지 줄곧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까지 나왔다. 이를 감안한다면 최근의 물가 상승세 확대는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 내외로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관점에서 한국은 보다 여유가 있어 보인다. 경기나 고용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 한은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까지 인상함으로써 주요국 중앙은행 중 가장 빨리 정상화 과정에 나서고 있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질문은 ‘정상화된 기준금리 수준은 어디일까’이다. 이에 대해선 너무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해 어느 누구도 자신 있는 답변을 내놓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금융시장과 몇몇 연구 결과가 추정하는 바와 같이 1%대 중후반의 기준금리가 경기중립적인 수준이라면 한은은 이미 절반가량의 숙제는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은은 연준과 달리 앞으로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경기 회복 및 물가 상승 추세를 지켜보면서 점진적으로 ‘정상 금리’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근 부쩍 강화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이 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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