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정재락]시민 눈높이 못 맞추는 울산시설공단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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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부산울산경남본부장

정재락 부산울산경남본부장
정재락 부산울산경남본부장
울산대공원은 태화강 국가정원과 함께 울산의 대표적인 시민 휴식공간이다.

울산에 기반을 두고 성장한 SK가 1000억 원을 들여 2002년 조성해 울산시에 기부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SK가 일찌감치 실천한 셈이다.

이 대공원에는 전체 200여만 m²를 둘러싸고 1.5m 높이의 철제 펜스가 설치돼 있다. 출입구는 정문과 동·남문 등 3곳뿐이다. ○아파트의 경우 베란다 바로 앞에 대공원을 두고도 500m 이상 둘러 들어가야 한다. 한 시민이 “일반 주택도 담장을 허물고 이웃과 소통하자는 시대에 울산 대표 쉼터인 울산대공원에 아직도 펜스가 있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철거를 요구했다.

울산대공원과 울산하늘공원 등 울산의 19개 주요 시설은 울산시설공단이 관리하고 있다.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기에 이용 불편이나 개선 요구사항 등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울산시설공단 홈페이지 ‘고객참여’에 글을 올리려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 뒤 휴대전화 인증까지 받아야 하는 등 금융 거래보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공원 펜스 철거 민원도 울산시설공단이 아닌 울산시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울산시설공단이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경직돼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25일 울산시설공단 송규봉 이사장 인사청문회에서 김성록 울산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공기업 철밥통 문화로 인해 대민 서비스가 매우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일반 직원에 비해 임원이 많은 것도 조직 경직 이유 가운데 하나다. 울산시설공단의 일반직 직원은 189명에 임원(이사 이상)은 2019년에 비해 3명 늘어난 13명이다. 서울시의 시설공단은 직원 수가 3657명에 이르지만 임원 수는 15명, 부산은 울산보다 직원 수 412명으로 두 배 이상이지만 임원 수는 울산과 같다. 매년 2억 원 안팎의 경영적자를 낸 울산시설공단은 최근 3년간 울산시의 특별감사에서 5건, 종합감사에서 23건, 채용실태 분야에서 3건의 부적정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황세영 울산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울산시설공단의 획기적인 경영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질책했다.

울산시설공단은 시민들의 잇따르는 펜스 철거 요구에 ‘공원 시설물의 효율적 관리’를 내세워 난색을 표시했다. 하지만 태화강 국가정원은 물론이고 무료로 운영되는 전국의 많은 공원은 시민 편의를 위해 펜스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철거했다. 파크골프장과 장미원 등 울산대공원 내 일부 유료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펜스 철거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

송 이사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시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는 공기업은 존재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 취임하는 송 이사장이 과연 이 말에 얼마나 책임지고 추진할지 시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정재락 부산울산경남본부장 raks@donga.com
#울산시설공단#울산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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