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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스마트시티, 기술만 좇으면 헛똑똑이[정우성의 미래과학 엿보기]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입력 2021-11-29 03:00업데이트 2021-11-29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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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2014년 들어선 건물 ‘디 에지’. 에너지 효율을 높이도록 건물 가운데를 빈 공간으로 설계하고 사물인터넷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등 에너지 자급자족 스마트빌딩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동아일보DB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스마트시티.’ 시어머니가 찾아오는 것을 막으려고 외국어를 써서 아파트 이름을 어렵게 짓는다는 농담이 있었다. 스마트시티도 얼핏 봐서는 ‘똑똑한 도시’가 도대체 뭔지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스마트시티는 딱히 공상과학영화 속 화려한 도시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 다양한 데이터를 각종 센서로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도시 운영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다시 말해, 한두 가지 기술이나 서비스로 정의하기는 어려운, 미래 도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담론이자 도시가 가진 문제를 풀 새로운 해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도시에 산다. 예로부터 도시는 사람이 모이는 경제와 사회, 기술 발전의 중심지였다. 현대 사회로 진입하며 도시화는 더욱 급격하게 진행됐다. 전 세계 인류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우리나라는 10명 중 9명이 도시에 거주한다. 그러니 더욱 관심이 가는 주제일 수밖에 없다. 도시는 편리함과 함께 어두운 면도 있다. 심각한 교통 체증이 있고 주거지는 항상 모자란다. 환경 오염과 늘 부족하기만 한 인프라도 문제다. 도시 곳곳에서 불평등이 일어나고 이로 인한 사회 문제도 증가한다.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된 우리나라는 더 많은 숙제를 갖고 있다. 결국 당면한 과제를 풀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스마트시티라는 새 화두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시티라는 말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IBM이 2010년 개최한 스마트시티 챌린지는 중요한 계기 중 하나였다. 당시 이 챌린지에서 선정된 도시는 IBM으로부터 수백만 달러 상당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았고, 도시 혁신의 표준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다양한 기업과 정부가 대규모 경쟁형 스마트시티 사업을 펼쳤다.

사실 스마트시티 개념이 최근에야 등장한 것은 아니다. 스마트시티의 전신이라고 할 ‘유비쿼터스 시티’ 조성에 열을 올리던 시기가 2000년대 초반이다. 이미 유비쿼터스 시티에서도 차량의 이동 정보뿐 아니라 보행자 정보, 어린이 통학 등 다양한 교통정보를 모아서 시민에게 제공했다. 도시 전체에 조성된 자전거도로는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도시 전역 폐쇄회로(CC)TV를 통합 관리해 시민의 안전을 위하고,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서와 소방서를 비롯한 모든 기관이 함께 대응한다. 공기와 땅의 오염을 측정하며, 동네 기상정보는 물론이고 모기 발생 데이터까지 고려한 맞춤형 살충 서비스를 한다. 스마트시티는 결국 유비쿼터스 시티에서 시작돼 더 나은 기술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도시 시스템 등 종합적인 접근을 했던 스마트시티 개발은 최근 도시의 필요에 맞춰 특화된 기술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올해 세종시는 목적지가 다른 여러 인원이 합승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로보셔틀’을 시범 운행했다(위쪽 사진). 또 데이터를 통해 식물 재배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해 도시 한복판에서 농업 활동이 가능하게 한 스마트팜도 늘고 있다. 현대차 제공·동아일보DB
스마트시티 초기에는 도시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포함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시도됐고, 대기업 컨소시엄이 주 역할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작은 기업이나 스타트업에는 별로 기회가 주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앞서처럼 물리적인 인프라의 업그레이드보다는 특정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컨대 과거 모든 교통수단과 관련한 신호체계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자전거나 킥보드 등 특정 모빌리티에 특화된 체계가 나오는 식이다. 특화 기술을 가지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기술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스마트시티 광풍이 진정되는 것이자 제자리 찾기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도시의 상황이 같을 수는 없다. 원래 스마트시티는 조성 전 각 도시와 그 구성원이 무엇을 원하는지 철학과 목표를 정립하고 공유하는 것이 먼저다. 광풍이 불 때는 너도나도 다른 도시에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만 있다. 여러 도시를 벤치마킹해서 따라가기 급급하고, 정작 스스로 부족하거나 필요한 게 뭔지는 살펴보지 않는다.

생활에서 온라인 비중이 커졌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삶은 현실 공간에 있다. 다만 우리의 생활과 관련해 수집된 데이터는 훨씬 방대해졌다. 예컨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용카드 회사가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면, 최근에는 구글이나 네이버, 카카오 등의 정보기술(IT) 기업이 삶의 궤적을 따라 데이터를 수집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플랫폼 비즈니스의 확장 등으로 이 기업들이 수집하는 데이터는 금융회사의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스마트시티는 가상공간 데이터를 다시 삶의 공간인 현실로 투영시키는 과정이다. 그간 스마트시티는 기술이 보다 강조됐지만, 도시에서 만들어지는 막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장으로 도시를 활용해야 제대로 된 스마트시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데이터가 곧바로 통찰과 해결 방안까지 제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데이터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는 사회 데이터 연구가 더욱 많이 필요한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도시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스마트시티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여전히 도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사실과 함께 아무리 많은 데이터가 모이고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공중보건 시스템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이 드러났다. 그간의 스마트시티 사업이 삶의 질이 아닌 새 기술과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실험에 더 집중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됐다.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잘사는 국가가 아니라, 국민의 행복이 먼저인 것과 같은 이치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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