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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특파원칼럼/김윤종]‘위드 코로나’보다 ‘위드 마스크’부터 다시…

입력 2021-11-29 03:00업데이트 2021-11-2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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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백신 믿고 방역 풀었다 감염 재확산
‘개인 방역’에 철저했던 초심 되찾아야
김윤종 파리 특파원
“거기는 좀 어때? 코로나와 공존이 정말 가능해?”

근래 들어 한국에 있는 지인들로부터 이런 문자 메시지를 자주 받는다.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652일 만인 이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에 들어갔다. 방역 규제가 완화되자 한국보다 먼저 ‘위드 코로나’를 시행했던 프랑스나 다른 유럽 국가의 상황을 궁금해했다.

프랑스는 백신 1차 접종률이 전체 성인의 70%에 이르자 8월 9일부터 백신여권을 도입했다. 백신을 맞았다는 증명서를 갖고 있어야 식당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대신 마스크 착용 의무화, 이동제한 등 방역조치는 대폭 완화했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주요국들도 상대적으로 높은 백신 접종률을 앞세워 비슷한 시기에 ‘위드 코로나’를 택했다.

6월에 2차 접종을 마친 기자 역시 4개월간 ‘위드 코로나’ 사회에 익숙해져갔다. 백신 접종 증명서 도입 첫날 파리의 각종 체육시설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거의 없었다. 레스토랑, 카페, 술집에서도 접종 증명서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자리를 즐겼다. 타인과 근접 대화를 할 때도 마스크를 찾는 이가 거의 없어 ‘코로나19 대유행은 옛날이야기’라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프랑스인들이 코로나19에 대한 경계를 너무 빨리 풀어버린 것은 아닌지 하고 여기던 기자 역시 마스크를 잊고 취재에 나서는 경우가 늘어났다. 항상 챙겼던 손 소독제도 주머니에서 점차 사라졌다. ‘코로나19 사망자 100명’이란 보도를 봐도 무감각해졌다.

프랑스 지인 중에 백신 거부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40대 여성은 “백신은 맞지 않았다. 친구의 백신 접종 증명서를 복사해서 사용한다”고 고백했다. 회사원 프히덩 씨(55)도 “안티 백신 모임에서 만난 의사로부터 백신 접종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았다”고 했다.

희미해져가는 두려움에 대한 경고일까? 지난달 25일 1295명이던 프랑스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약 한 달 만인 이달 26일 3만4436명으로 급증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같은 날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성인 전체 부스터샷(추가 접종) 계획을 발표했다. 오스트리아는 22일, 슬로바키아는 25일 다시 봉쇄령을 내렸고, 체코는 30일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유럽 주요국의 2차 백신 접종률은 평균 70% 안팎이다. 그럼에도 이달 셋째 주 기준 전 세계 신규 코로나19 감염자의 67%가 유럽에서 나왔다. 2차 백신 접종률이 각각 87%, 89%인 포르투갈, 아일랜드도 감염자가 다시 급증해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체코에서 27일 새로운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 감염자들까지 잇따르자 유럽은 말 그대로 ‘멘붕’ 상태다.

유럽의 위드 코로나는 사실상 ‘실패’로 판정됐다. 그럼에도 배울 점은 있다. 중증 예방 등 백신의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백신 접종만으로 팬데믹을 종식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을 강조했던 대유행 초기의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때다. 철저한 개인 방역이 함께 따라야 ‘위드 코로나’도 가능하지 않을까.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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