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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이진영]‘노가더’ 유튜버

입력 2021-11-29 03:00업데이트 2021-11-2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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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년이 새벽길을 나선다. 인력사무소에서 100원짜리 믹스 커피를 마시고 현장에 도착하면 작업을 시작한다. 목재를 운반하고, 못질하고, 톱질하고, 새참으로 컵라면 먹고, 오후 4시쯤 일과를 마친 뒤 저녁은 따뜻한 순댓국밥으로 마무리한다. 건설 현장 청년 일꾼들의 일상을 담은 ‘노가더’ 콘텐츠가 감동을 주는 유튜브 장르로 뜨고 있다.

▷노가더는 막일꾼을 뜻하는 ‘노가다’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를 붙여 만든 신조어. 유튜브에서 ‘노가더’를 검색하면 ‘일당 13만 원 노가더의 하루’ ‘20대 노가더의 리얼 노가다’ ‘숙노(숙식 노가다)의 개솔직 후기’ 등이 줄줄이 뜬다. 고된 노동 현장을 담은 영상들엔 수십만 조회수 표시와 함께 “새벽부터 열심히 사는 모습 보고 힘을 얻습니다” “요행을 바라는 직업보다 훨씬 의미 있어 보여요” 등의 응원 글이 올라온다. “학위나 자격증을 따면 편하게 살 텐데”라는 댓글엔 이런 답이 달린다. “교과서대로 살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장르의 콘텐츠는 ‘노가다 종류와 일당’ ‘노가다 현장, 여긴 피해 가라’ ‘헝가리 숙식 노가다 가는 법’처럼 정보 전달형이 많다. 이 일을 막 시작하려는 ‘노린이’를 위해 “깔창은 필수템, 허리보호대 하면 덜 아픔” “마스크는 N95로 사고, 입술이 마르니까 립밤을 꼭 챙겨라” 등 깨알 같은 정보도 소개한다. 인력사무소의 갑질을 폭로하거나 건설 현장에 여성용 화장실이 없다는 고발성 콘텐츠로 업무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한다.

▷청년(15∼34세) 취업자 가운데 단순노무직은 2017년 7.3%에서 올해 9.5%로 증가했다. 인원으로는 59만9000명으로 4년 전보다 12만5000명 늘었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수년째 줄어든 데다 코로나로 알바마저 구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창업자금 마련을 위해 작업복을 입는 청년들도 있다. MZ세대 10명 중 3명은 입사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퇴사한다고 한다(잡코리아). 개중에는 자신의 의지로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사무직을 포기하고 폭염과 찬 바람 속 노동하는 삶을 택한 사람들도 있다.

▷19세 목수 이아진 씨도 대학에 입학하는 대신 목조주택 시공팀에 들어가 일하고 있다. 그는 “내 손으로 집을 짓는다는 희열이 있다”며 “생활에서 제일 필요한 게 집인데 노가다라는 단어로 건축이 낮아지는 게 싫다”고 했다. 청년들은 내 일에만 집중할 수 있고, 평생 일할 수 있으며, 노력한 만큼 기술이 늘어나는 재미를 노가더의 장점으로 꼽는다. 청년 일꾼들이 올겨울엔 덜 춥고 더 안전하게 ‘몸을 써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일의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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