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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뒷날개]이름만 들어본 고전, 제대로 즐기는 방법

신새벽 민음사 편집부 인문사회팀장
입력 2021-11-27 03:00업데이트 2021-11-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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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마음: 저마다의 극단을 사는 현대인을 위한 책 읽기/이수은 지음/408쪽·1만8000원·메멘토
인문서를 기획할 때 ‘독서 에세이’ 분야는 피하려고 한다. 원래 인문서는 모두 독서의 기록이다. 인문학이란 책을 읽고 쓰는 게 일이니까. 에세이 거부감을 잠시 누르고 이 책을 펼쳤다. 전작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수은이 이번에는 고전을 다룬다. 마틴 에이미스의 ‘런던 필즈’(1989년), 존 폴스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1969년)로 시작하는 차례를 보자 떨리기 시작했다. ‘일리아스’ ‘국가’로 끝나는 목차에서 카프카의 ‘변신’ 빼고는 끝까지 읽은 책이 하나도 없었다. 이러다가 ‘심판’의 결말을 미리 알게 생겼구나.

이 책을 읽으면 고전의 세계에서 스포일러를 당하는 건 화제의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최후의 생존자를 아는 거나 마찬가지임을 알게 된다. 재미는 누가 살아남느냐가 아니라 결말에 이르는 과정에 있다. 22년 경력의 출판 편집자인 저자의 고전 영업은 노련하다. ‘전부 안 읽어도 되고,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나도 그렇다’라고 시인하면서 ‘그런데 이런 부분은 선을 넘지 않는가’ 하며 디테일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 개의 물방울에 현미경을 갖다 댄다 해도 우리의 해석이라는 것은 조악하기 짝이 없다.” 31만6059자짜리 영국 소설 ‘미들마치’ 속 문장이다. 렌즈 배율을 혁신적으로 높인 당대 과학기술이 반영된 문장인데, 당시 사람들은 여자가 이렇게 감성을 파괴하는 식으로 쓰면 안 된다며 욕했다. 조지 엘리엇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던 19세기 여성 작가의 박학함에서 쓸쓸함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이렇게 박식을 동경하면서 쓸쓸함에 공감하다 보면 1416쪽의 ‘미들마치’를 덩달아 기웃거리게 된다.

평균을 지향하는 세상에서 모나게 사는 글쓴이는 고전이 쓰인 시대의 평균과 지금의 평균을 비교하기 위해 철학, 과학 책을 병용한다. 수다와 요약, 해석과 ‘썰’을 오가는 문체는 ‘세상은 인정하지만 나는 싫어하는 고전’을 탐구할 때 진가가 발휘된다.

그는 헤밍웨이를 싫어한다. 고독한 남자만의 승리를 그리느라 ‘일상적 비참’은 생략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원서를 들여다보고, 작가의 일대기를 조사하고, 외로움과 고립을 구분하는 정치철학, 인간 본성인 유대감을 분석하는 사회심리학을 공부한 끝에 헤밍웨이의 외로움을 이해하게 된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은 고립을 거부하는 뇌를 가지고도 고독을 추구하기에 그처럼 괴로워하는구나. 그리고 “이해했다고 해서 좋아할 필요는 없다”. 이건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 속 문장이다.

‘명문대생이 읽어야 할 고전 100선’ 선정위원이나 ‘좋아하는 것만 읽기에도 24시간이 모자라다’는 문학 숭배자와는 분명 다르다. 좋아하지 않을 용기가 있는 에세이는 인정이다.

신새벽 민음사 편집부 인문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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