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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김환기와 피카소의 차이는?

입력 2021-11-27 03:00업데이트 2021-11-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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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캐피털리즘/이승현 지음/352쪽·2만 원·아트북스
우리나라 미술품 중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2019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32억 원에 낙찰된 수화 김환기의 두 폭짜리 점화 ‘우주 5-IV-71 #200’(1971년)이다. 해외 작가와 비교해 보자.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은 경매 최고가가 2000억 원에 달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는 5000억 원 낙찰로 세계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국은 피카소가 태어난 스페인보다 경제대국이며, 다빈치의 나라 이탈리아와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갖고 있다. 문화는 경제의 거울이라고들 하는데,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하는 걸까. 이는 세계 미술계 구조의 영향이 크다. 비서구 국가들에 근대화는 곧 서구화였다. 자국의 전통미술은 낡은 것으로 치부됐다. 자연스레 비서구 국가들의 미술사는 상당 부분 서구 미술사조를 순차적으로 도입한 역사로 기술됐다. 이러한 문화의 일원화 현상은 시장으로도 이어진다. 오늘날 세계 미술계에서 서구의 주요 미술관과 큐레이터들은 일종의 인증기관을 담당하고 메이저 갤러리와 경매회사는 작품을 유통시킨다. 서구 미술계는 시장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어 작가의 예술성, 갤러리의 작품 관리, 컬렉터의 기반이 모두 안정적인 구조다.

반면 주변국의 미술시장은 지역의 미술 생태계 자체가 아직 불안정하다. 세계화로 인해 서구 유명 작가들의 수억 원대 작품에 더해 수천만 원대의 판화까지 가세하면서 비서구 미술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으로 구매력과 화랑의 규모 등 한국 미술시장의 기초체력은 향상됐다. 그럼에도 한국 미술품, 특히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잘 팔리지 않는다. 한국 미술의 성장성을 보고 서구 메이저 화랑들이 국내에 지점을 냈지만 한국 작가 발굴이 아닌 소속 작가 작품 판매가 우선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술품 경매가가 뉴스가 되는 이때, 책은 자본주의와 함께 걸어온 미술의 역사를 톺아보며 한국 미술의 질적 성장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짚는다. 경제학과 미술사를 모두 공부한 저자는 우리 미술사를 한국의 독자적인 성취의 역사로 다시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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