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메신저’ 박선원 재등장…‘남북미 대화 준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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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26일 15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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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원 신임 국가정보원 1차장. 2018.1.8/뉴스1
박선원 신임 국가정보원 1차장. 2018.1.8/뉴스1
26일 단행된 국가정보원 주요 보직에 대한 인선 중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1차장에 임명된 박선원 기획조정실장이다.

박 신임 1차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이미 대북, 북핵 대화에 깊이 관여해 왔다.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으로 근무하던 2007년에는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추진 및 실무를 논의했던 ‘안골모임’에 참여했던 멤버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1년 출간한 자서전에 당시의 비화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7년 5월 남북 정상회담 추진 방침이 정해진 뒤 매주 목요일에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 백종천 안보실장,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모여 관련 논의를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 배석한 유일한 실무자가 박선원 당시 비서관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당시 북핵 회담의 틀이었던 6자회담과 관련된 전략 구상에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별명이 ‘제갈량’이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박 1차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6개월만에 상하이 총영사로 임명됐다. 그러나 그는 6개월 만에 총영사직에서 물러나고 곧바로 국가정보원장 특별보좌관에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가 ‘운전자론’ 혹은 북미 사이의 ‘중재자론’을 추구하고 있을 당시 그의 이동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그가 이미 상하이 총영사로 재직하던 2018년 4월, 5월 남북 정상회담과 6월 북미 간 첫 정상회담에 관여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문 정부의 남북미 대화에서 그의 본격적인 역할은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크게 부각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미 간 첨예한 협상안이 오가다 결국 결렬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그가 북미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북미를 중재하던 우리 정부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는 실무 인사가 박 1차장이었다는 소문이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남북미 대화, 비핵화 협상에 두루 관여했던 인사가 국정원의 대북라인을 지휘하는 1차장 자리에 임명된 것은 문재인 정부 말기 남북미 대화를 어떤 식으로든 재개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봐야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북한의 폐쇄적인 외교가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한미는 최근 종전선언을 대화의 카드로 들고 나서고 있다.

북한 역시 조건을 내걸면서도 지난 9월과 10월에 연이어 종전선언을 논의하는 것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 입장을 표명한 뒤 계속 정중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미가 북한에 ‘제시’하게 될 종전선언 방안,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 등 한반도 정세는 올해 안에 급격하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한 상황이다. 정부는 북한의 새해 국가 기조가 나오는 신년사를 ‘관리’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미 대화에 깊이 관여했던 인사를 대북 핵심 실무에 재배치한 것은 내년 북한의 신년사와 이어질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 주요 대화 계기를 대비하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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