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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단독]‘몰래 변론’ 12일만에 수감자 보석 허가… 담당 판사는 다음날 퇴직

입력 2021-11-26 03:00업데이트 2021-11-26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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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출신 변호사 2명 구속 파장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재판부에 대한 보석 허가 청탁 명목으로 수감 중이던 건설업자들로부터 지난해 1월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전관 변호사들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몰래 변론’을 시작한 지 12일 만에 건설업자는 보석 허가를 받아 석방됐다. 당시 건설업자 사건의 재판을 담당했던 광주지법의 장모 판사는 보석을 허가한 다음 날 퇴직해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검찰은 장 변호사를 26일 불러 청탁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수사가 지방법원의 법조 비리로 번질 수 있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검사 박진성)는 재판부 청탁 명목으로 착수금 5000만 원과 성공보수 1억5000만 원을 받은 판사 출신의 서모 변호사와 윤모 변호사를 23일 각각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앞서 검찰은 서 변호사와 윤 변호사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윤 변호사는 건설업자의 변론 활동을 하면서 재판부에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의 청탁 명목 등으로 금품을 수수하거나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으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형사 처벌된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철거왕’으로 불린 다원그룹 이모 회장의 운전기사 출신인 건설업자 서모 씨는 2017년 2∼10월경 광주 서구 재개발사업 두 곳에서 입찰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2019년 11월 구속 기소됐다. 약 두 달 뒤인 지난해 1월 서 씨는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하면서 판사 출신의 고모 변호사를 정식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당시 서 씨 사건을 담당한 판사였던 장 변호사와 서 씨의 변호인 고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동기였지만 친분 관계가 두텁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서 씨는 동업자 관계였던 자영업자 박모 씨를 통해 법관 출신 변호사인 서 변호사를 접촉했다. 재판장과 친분이 없었던 서 변호사가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함께 광주지법에서 근무한 적이 있고, 재판장과 친분이 있던 윤 변호사에게 몰래 변론을 제안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서 변호사는 “재판부에 부탁해 보석 허가를 받아주겠다”며 서 씨에게 2억 원을 받은 뒤 이 돈을 윤 변호사 등과 나눠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 변호사 측은 “윤 변호사를 서 씨에게 소개한 것밖에 없다. 법리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청탁 명목으로 받은 돈의 일부가 당시 재판장에게 전달됐는지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모른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청탁 대가를 요구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돈의 사용처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장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금품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 변호사는 “서 씨의 선고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적인 일로 갑자기 판사직을 사임하게 됐다. 제가 사임하면서 사건이 전부 재배당돼 서 씨의 구속 기간이 너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해 보석 허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 씨 사건은 자백을 하고 합의된 사건이어서 보석 허가가 가능했다”며 “서 변호사는 모르는 사람이고, 윤 변호사로부터 서 씨의 보석 청탁 전화를 받았는지는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변경돼 형사사건이 재배당될 경우 통상적으로 본안 선고를 하는 후임 판사에게 보석 허가 여부를 넘긴다는 시각이 있어 검찰은 관련 의혹을 조사 중이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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