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닷컴|사회

“스토킹 신고했더니, 경찰 ‘같이 있는 사진’ 있어야 도운다고…” 피해자 유족 울분

입력 2021-11-25 08:48업데이트 2021-11-25 09:2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김병찬(35)에게 흉기에 찔려 살해된 피해자의 유족이 울분을 토하며 김 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피해자의 남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누나는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접근한 치밀하고 잔인한 살인마에게 희롱 당하다가 흉기에 수십 차례 찔려 꽃다운 나이에 비참하게 살해당했다. 괴롭힘을 당하는 과정에서 누나는 살기 위해 경찰에게 수차례 도움을 요청하였고, 나라가 제공한 피해자 보호 제도를 굳게 신뢰했다. 생전 누나는 걱정해주는 친구들에게, 경찰로부터 스마트워치를 받고 “나에게는 만능시계가 있다!”, “경찰청이 바로 코앞에 있어서 신이 도우신 것 같다!” 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허울뿐인 피해자 보호 제도는 누나를 살인범으로부터 전혀 보호해주지 못했고, 누나는 차가운 복도에서 고통 속에 홀로 외롭게 세상을 떠나야 했다”며 경찰의 대응을 지적했다.

이어 “이 살인범은 누나를 무참하게 살해하고, 누나가 신고하지 못하게 핸드폰을 빼앗았으며, 위치 추적하지 못하게 강남 한복판에 버리고, 자신의 핸드폰은 비행기모드로 전환 후 유유히 대중교통을 타고 대구로 가서 ‘호텔’에 안착했다. 그리고는 오후에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진술했다. 아직도 이 살인범은 반성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자기 형량을 낮출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리고 있다. “함께 죽자”고 누나를 괴롭혔던 살인범이. 이 살인범은 반드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제가 대통령님과 정부에 요청 드리는 사항은 3가지다. 첫째, ‘스토킹 살인범’에게 사형을 선고함으로써, 다시는 사회에 발을 디딜 수 없도록 완벽하게 ‘격리’하여 주시겠다고 약속해 달라. 둘째, 경찰의 부실대응으로 구해야 할 국민을 지키지 못한 책임자를 규명하고 처벌해 주시기 바라며, 책임자는 고인과 유족 앞에서 직접 진심어린 사과를 하겠다고 약속해 달라. 셋째, 유사한 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피해자보호 체계 개선에 대해서 더 이상 ‘노력하겠다’가 아닌, 확실한 일정과 납기를 빠른 시일 내에 공표 해주시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했다.



청원인은 “누나의 지인들에 따르면, 누나가 가족들에게 얘기하지 않고 혼자 고군분투한 이유는, 살인범이 누나의 고향과, 부모님의 직업, 동생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 때문에 가족들이 피해를 볼까 두려워서 그랬다고 한다. 누나는 경찰이 있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경찰은 그리고 정부는 누나의 믿음에 상응하는 보호를 제공하지 못했고, 결국 누나는 혼자 허망하게 떠나버렸다”고 경찰의 부실 대응을 지적했다.

또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날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로 신고를 하였으나, 신속 정확하게 사건 현장에 도착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또 다른 가해자다. 저희 누나는 살고자 발버둥 쳤으나, 허술한 피해자 보호체계와 경찰의 무관심 속에 죽어갔다. 협박을 당해 공포에 떨고 있는 누나가 진술서 작성 시 횡설수설하자, 한 경찰관은 “진짜 협박 받은 거 맞느냐?”고 했다고 한다. 그 경찰관의 가족이 그렇게 하고 있었다고 해도 그런 말이 나왔을까? “저희가 함께 있으니 진정하시고, 잘 떠올려보세요.”라고 피해자를 보듬어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토로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112 신고를 받은 경찰은 A 씨가 “임시 보호소에 있던 A인데 가해자가 회사 앞으로 찾아왔다”고 하자 “같이 있느냐”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A 씨가 “잘 모르겠다”고 답하자 경찰은 “증거가 없으면 도와드릴 수 없다”며 “같이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어야 도와드릴 수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청원인은 “정말 기가 막히지 않나? 위협을 가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데 피해자가 동영상을 찍을 수 있을까? 셀카라도 한 번 찍자고 해야 할까? 이게 대한민국 피해자 보호 체계의 현실”이라며 “실질적인 보호 인력이 동원되지 않는 접근금지 명령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인지 해주셨으면 한다. 매뉴얼에 위배되지도 않으니, 그냥 넘어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행동할 수 있도록 매뉴얼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김 씨는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전 여자친구 A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지난 6월 처음 경찰에 피해 신고를 접수했고 그 후에도 피해가 계속된다며 신변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A 씨는 스마트워치를 통해 경찰에 구조 신고를 했지만 기계적 결함으로 부정확한 위치가 전달됐고 경찰이 A 씨의 위치를 찾는 사이 범행이 발생했다. 경찰은 신고 12분 만에 흉기에 찔린 A 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경찰은 지난 20일 대구의 한 호텔 로비에서 김 씨를 붙잡았고 서울로 압송한 뒤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법원은 지난 22일 김 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서울경찰청은 24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심의 결과 김 씨의 얼굴과 이름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오늘의 추천영상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