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만명 확진 대비한다”더니… 4000명에도 의료체계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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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위드코로나]방역당국 비상계획 발동 초읽기

서울시청 앞 코로나 진단검사 몰린 시민들 2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115명으로 지난해 1월 국내 코로나19 유행 시작 이후 가장 많았다.  뉴시스
서울시청 앞 코로나 진단검사 몰린 시민들 2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115명으로 지난해 1월 국내 코로나19 유행 시작 이후 가장 많았다. 뉴시스
정부는 1일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시작한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최대 1만 명이 나오는 상황까지 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4000명대의 확진자에도 현장에선 의료체계가 더 버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확한 예측과 철저한 준비 없이 일상 회복을 시작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25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일상회복위)에서 수도권 중심의 방역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24일 열린 일상회복위 방역의료분과위원회에서는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줄이는 등 일상 회복 이전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다시 실시하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 중증화율 1.5배 증가 때 ‘위드 코로나’


전문가들이 정부의 일상 회복 전환이 성급했다고 보는 근거 중 하나가 중증화율 지표다. 코로나19 확진 후 중증 상태로 악화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도 일상 회복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증화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위드 코로나를 시작해야 확진자가 늘어도 위중증 환자가 폭증하지 않는다”며 “그런데 이번엔 정부가 조바심을 냈다”고 지적했다.

국내 중증화율은 10월 첫째 주 1.56%였으나 일상 회복 직전인 10월 넷째 주에 약 1.5배인 2.36%로 올랐다. 이 기간 전체 확진자 중 60세 이상 확진자 비율은 16.5%에서 24.4%로 뛰었다. 고령층 확진자가 늘어 중증화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일상 회복 전환을 강행했다는 뜻이다.

특히 위드 코로나 전환 직전 ‘마지막 거리 두기’로 사적 모임 인원 제한 등을 완화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당시부터 이동량이 늘어 이달 초 확진자가 증가했고, 여기에 위드 코로나 영향이 더해지면서 지금의 확산세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 “식당 카페, 방역패스 포함해야”

24일 열린 일상회복위 방역의료분과위원회에서는 주로 방역 강화 주장이 거론됐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A 위원은 “식당과 카페를 방역패스 적용 시설에 포함시키고 사적 모임 내 미접종자 참가 허용 인원을 현재 4명에서 더 줄이자고 제안했다”며 “고령층 추가 접종(부스터샷)과 청소년 접종 속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지금의 확산세를 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의에선 앞으로 유행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을 현재 10명에서 4명으로 줄이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 전문가는 과거 거리 두기 형태의 방역 조치를 다시 실시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 상황이라면 오후 6시 이후 영업을 제한하는 등 매우 강력한 방역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선 그동안 누적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고려할 때 거리 두기 강화가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도 이날 논평을 통해 “확진자 증가를 다중이용시설 규제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현재의 확진자 증가가 오롯이 다중이용시설의 문제인가에 대해서도 면밀한 접근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 대신 방역패스 확대를 위한 여러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우선 유효기간을 두는 것이 주요한 논의 대상이다. 지금은 한 번 백신 접종을 마치면 기한 없이 방역패스 적용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여기에 유효기간을 부여하면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유도할 수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이날 “세 번째 백신 접종을 마쳐야 비로소 예방접종이 마무리된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이지윤 기자 becom@donga.com


#확진자#의료체계 비상#비상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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