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부족 심각한데…간호법 놓고 의료계 갈등 격화

  • 뉴시스
  • 입력 2021년 11월 23일 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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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과는 별도로 간호사의 자격, 업무 범위 등을 규정하는 간호법을 놓고 의료계 내에서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간호사 단체는 간호법이 전문적인 간호 서비스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의료계 단체들은 간호사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간호법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논의가 시작되자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 단체들은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병상 부족 사태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과 의료계의 갈등이 의료 현장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이 대표발의한 간호법,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 조산법 등 3건을 병합 심의하기로 했다. 법안들은 24일 열리는 복지위 제1법안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들 법안은 의사 중심으로 업무체계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을 간호사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고도화, 전문화하는 간호인력 관련 사항을 독자적 법률로 제정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정보협회 등 10개 의료계 단체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법안 폐기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간호법 제정이 보건의료체계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들의 업무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간호사 관련 법안을 별도로 떼내면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대변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의사 단체들은 간호법에 규정된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발의돼 있는 법안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관련해 ‘진료의 보조’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해 간호사들이 독자적으로 진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또 간호조무사 단체와 요양보호사 단체들은 간호법이 간호조무사 및 요양보호사를 간호사의 지도 감독하에 두도록 한 부분을 문제삼고 있다.

반면 간호사 단체는 간호사수가 40만명으로 의사 인력의 3배에 달하는 상황이 된 만큼 전문적이고 안전한 간호서비스를 위해 독립적인 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계 90개국이 간호법을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독립된 법안이 없어 숙련된 간호인력을 양성하고 일관성 있는 간호정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크다는 주장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간협은 ”만성적인 업무과중 속에 신규 간호사는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절반이 사직하는 등 평균 근속연수가 7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라며 ”간호인력은 잠깐 쓰다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닌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소중한 의료자원이다. 초고령사회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간호인력 확충과 간호법 제정은 이 시대 변할 수 없는 대명제이자 진리“라고 강조했다.

신경림 간협 회장은 의협을 향해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독자적인 진료행위를 하게 될 것이고,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허위사실로 국민들을 위협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간호법 제정에 대한 의료계의 대립은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간협은 2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를 위한 전국 간호사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결의대회에는 간호사와 간호대학생 등 499명이 참석한다. 또 전국 보건의료산업노조와 미래소비자행동, 간병시민연대 등 단체도 동참한다.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법안 저지를 위한 투쟁을 예고했다. 의협 등 10개 단체는 ”국회가 국민의 건강권 보호와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우리의 합당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간호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면, 더 강력한 연대로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악법 폐기를 위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병상·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간호법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치권의 갈등은 의료 현장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의협은 아직까지 파업 등 극단적인 투쟁 방식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 만나 ”10개 단체의 의견이 반영돼 정치권이 24일 법안 1소위 심사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리리라 믿고 싶다“며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에는 10개 단체가 연대해 강력한 투쟁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파업 이야기는 아직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 앞에서 함부로 이야기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 외에도 얼마든지 다양한 투쟁 방법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공동으로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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