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5승 고진영, LPGA 다승왕-상금왕-올해의 선수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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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할머니 별세 소식 듣고도 코로나 격리 탓에 국내로 못와
감정기복 커져 성적 곤두박질… 코르다에 세계 1위 내주기도
6월까지 극도의 부진 겪다가 7월 첫승 거두며 화려한 부활
시즌 최종전 우승까지 차지해

고진영(오른쪽)이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런GC(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21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대회 타이틀 스폰서인 CME그룹 테리 더피 최고경영자(CEO)와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9언더파를 몰아치며 최종합계 23언더파를 기록한 고진영은 우승과 올해의 선수상 수상으로 두 개의 트로피를 받았다. 한국 선수 최초로 올해의 선수상 2회 수상과 상금왕 3연패의 새 이정표도 세웠다. 네이플스=AP 뉴시스
고진영(오른쪽)이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런GC(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21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대회 타이틀 스폰서인 CME그룹 테리 더피 최고경영자(CEO)와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9언더파를 몰아치며 최종합계 23언더파를 기록한 고진영은 우승과 올해의 선수상 수상으로 두 개의 트로피를 받았다. 한국 선수 최초로 올해의 선수상 2회 수상과 상금왕 3연패의 새 이정표도 세웠다. 네이플스=AP 뉴시스
“시즌 초반을 생각하면 우승을 한 번이라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22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21시즌 최종전에서 정상에 오른 뒤 고진영(26)이 밝힌 소감이다. 고진영은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런GC(파72)에서 열린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9개로만 9언더파를 몰아쳤다. 커리어 베스트인 63타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를 적어 낸 그는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를 1타 차로 꺾고 우승했다. 대회 2연패이자 다승 공동 선두였던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르다(23·미국)를 넘어서며 올 시즌 LPGA투어 최다인 5승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고진영은 한국 선수 최초로 상금왕(350만2161달러) 3연패에, 두 번째 올해의 선수상 수상까지 달성했다.

고진영은 “올해 우승을 4번이나 했는데 올해의 선수상을 받지 못하면 억울할 것 같아 더 집중을 했고, 우승을 하면 많은 타이틀이 따라올 사실을 알고 있어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다”며 “하늘에서 ‘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니 우승이라는 선물을 주겠다’라고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잊지 못할 한 시즌을 마감한 고진영은 “한동안 골프채를 멀리 놓고 골프 생각을 안 할 것”이라면서 “배 위에 감자튀김을 올려두고 넷플릭스를 보고 싶다”며 웃었다.

올 전반기만 해도 고진영은 골프 인생 최대 위기라도 맞은 듯 보였다. 6월까지 10개 대회에 참가했지만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톱10’에 5차례 이름을 올렸지만 컷오프를 당하기도 했다. 성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2019년 7월부터 93주간 유지했던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자리도 코르다에게 내주고 2위로 밀렸다.

고진영의 슬럼프에는 3월 조모상 영향도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자가 격리 문제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 못하면서 감정적으로 더 흔들렸다. 고진영은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귀국도 할 수 없어 미국에서 뭐 하고 있나 싶었다. 하루 서너 시간 울기도 했다. 정말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5월에는 왼쪽 손목 부상까지 겹치며 악재에 악재가 겹겹이 쌓였다.

이 시기를 골프 사춘기로 표현했던 고진영은 스윙 코치와 자신이 사용하던 클럽과 퍼터 등 모든 환경에 변화를 주면서 부진에서 탈출하려 했다. 고진영은 “골프가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자연의 이치처럼 물 흘러가는 대로 그 상황에 맞추려고 했다. 후회 없이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자고 생각했다”며 “감정을 속이지 말고 정말 솔직하게 모든 것을 다한 것 같다”고 했다.

고진영은 7월 첫 대회인 LPGA투어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하더니, 9월과 10월에만 3승을 몰아쳤다. 7월 이후 9개 대회에서 톱10 8회, 우승은 절반도 넘는 5번이었다.

특히 이번 대회는 고진영 대반전 드라마의 하이라이트였다. 고진영은 1라운드에서 왼쪽 손목 부상이 심해졌다.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가 “기권해도 좋다”고 말했을 정도. 그래도 고진영은 1라운드 9번홀부터 마지막 날 18번홀까지 64개 홀 연속 그린 적중률 100%를 보이는 절정의 아이언샷을 펼쳤다. 막판까지 치열한 개인 타이틀 경쟁에 나섰다가 빈손으로 시즌을 마친 코르다(공동 5위)는 이날 같은 조에서 지켜본 고진영의 플레이에 혀를 내둘렀다. “솔직히 오늘은 ‘고진영 쇼’였다. 그저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고진영의 2021 LPGA투어 주요 달성 기록
―올해의 선수상 2회(2019년, 2021년)*
―3년 연속 상금왕(2019년, 2020년, 2021년)*
―시즌 상금 300만 달러 돌파(약 350만 달러). 2007년 로레나 오초아(약 436만 달러) 이후 14년 만
―시즌 5승. 2016년 에리야 쭈타누깐 이후 5년 만
―통산 12승(김세영과 한국선수 공동 3위.박세리 25승, 박인비 21승)
*는 한국 선수 최초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고진영#다승왕#상금왕#올해의 선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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