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청장은 왜 위중증 환자 일일 발생수를 공개하지 않을까[이진구 기자의 대화, 그 후-‘못 다한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0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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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 편

1일 ‘위드 코로나’ 시작 직전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을 인터뷰했습니다. 대비가 너무 부족한 상태에서 서둘러 시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결국 위드 코로나 보름여 만에 입원 병상 가동률이 75%를 넘었습니다. 정부는 입원 병상 가동율이 75%가 넘으면 ‘서킷 브레이크(긴급방역강화제도)’를 발동하겠다고 했지요. 하지만 서킷 브레이크는 발동되지 않고 있고, 정부는 아직은 견딜만하다고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백신 접종률이 늘고 있다는 점만 강조합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1월 18일 0시 기준으로 전 국민의 78.5%가 접종을 완료했습니다. 1차 접종을 받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누적 접종률은 82%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독자 여러분, 절대로 이 누적 접종률 수치에 현혹되면 안 됩니다. 이 수치에는 백신은 맞았지만 이제는 백신 효과가 상당히 떨어진 ‘무늬만 접종자’가 굉장히 많이 포함돼있으니까요. 우리가 부스터 샷을 맞고 있다는 점이 그 반증입니다.

국내 코로나 백신 접종은 올 2월부터 시작됐습니다. 벌써 9개월 전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최근 추가 접종(부스터샷)의 접종 간격을 4~5개월로 단축했지요.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2~4월에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접종자이긴 하지만 백신 효과는 굉장히 떨어진 상태입니다. 11월 18일 0시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는 3292명입니다. 위드 코로나 직전인 10월 31일 0시 기준으로는 2052명이었지요. 보름 새 1000여명이 넘게 폭증했는데 여전히 정부는 백신 누적 접종자 수만 강조합니다. 아마 내년 이맘때도 올 2월에 맞은 사람까지 포함 시켜 90%가 넘었다고 자랑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부가 또 말하지 않고 있는 게 있습니다. 일일 위중증 환자 발생 수치입니다. 질병청에 따르면 국내 재원 중 위중증 환자는 17일(0시 기준) 522명에서 18일 506명으로 16명이 줄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마치 위중증 환자가 감소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같은 기간 누적 사망자가 3158명에서 3187명으로 29명이 늘었으니까요.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사망자가 29명이 아니라 16명이라면? 위중증 환자 발생이 줄어서 준 게 아니라 죽어서 준 것이죠.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면 확진자수도 필요하지만, 위중증 환자가 매일 얼마나 발생하는 지가 중요합니다. 위드 코로나를 시작하면서 정부는 앞으로 증상이 경미한 확진자는 집에서 치료하고, 위중증 환자 위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하루에 위중증 환자가 얼마나 발생하는 지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위드 코로나 시작 전인 10월 31일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332명이었습니다. 지금(18일)은 506명이지요. 이걸 보고 ‘그동안 174명이 늘었네’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병이 나아 퇴원한 사람과 사망자까지 더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질병청은 당연히 일일 위중증 환자 발생수를 알고 있습니다. 왜 공개를 안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알리는 게 유리하고. 정부의 방역 대응을 자랑할 수 있는 수치라면 안 할 리가 있겠습니까? 백신 누적 접종률처럼. 지난 할로윈데이 때 이태원은 100m를 걸어가는데 10여분이 걸릴 정도로 붐볐습니다. 마스크만 쓰고 다닐 뿐 거리두기나 방역에 대한 경각심이 사라진 모습도 이제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위드 코로나를 하더라도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풀어서는 안 되지요. 그런데 정부부터 불리한 통계는 알리지 않고, 자랑하고 싶은 수치만 공개하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위드 코로나도 당초 11월 9일 경쯤이면 가능할 거라고 했다가 이유도 모른 채 1일로 앞당겼지요. 국민을 위한 방역 정책을 해야 지, 권력과 선거를 위한 방역 정책을 해서는 안 됩니다. 질병청장은 현미경으로 바이러스를 연구하거나 확진자를 모니터링하는 직책이 아닙니다. 위에서 잘못된 정책을 펴면 전문가로서 바로 잡으려고 말을 해야지요. 방역이 정치에 좌지우지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입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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