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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현실과 가상, 무너진 경계… 정체성을 묻다

입력 2021-11-19 03:00업데이트 2021-11-1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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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나미술관 ‘프로필을…’ 展
국내외 작가 9명의 정체성 고민
가상 3D공간-아바타 등에 투영
루양의 영상 작품 ‘도쿠쇼 도쿠시 헬로 월드’(2021년). 도쿠는 작가의 온라인 아바타로, 협업자에 따라 정체성이 달라진다. 영국 록밴드 ‘The 1965’ 뮤직비디오에서는 아이돌이 되고 ‘도쿠쇼 도쿠시 헬로 월드 다큐멘터리’에서는 무용수가 되기도 한다. 코리아나미술관 제공
올 3월부터 10월까지 미국 휘트니미술관 웹사이트에는 특별한 작품이 전시됐다. 하루 중 일출과 일몰에 맞춰 가상의 황금 거울이 나왔다. 거울 속에선 비디오가 재생됐다. 작가가 사는 곳이라고 했는데, 가상의 3차원(3D) 아파트였다. 작가의 이름은 ‘라터보 아베돈’. 출생지는 온라인. 즉 아바타다.

혹자는 아베돈이 작가의 ‘부캐’(제2의 캐릭터)라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 10여 년간 아베돈을 운용해 오고 있는 인물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모른다. 아베돈은 서울 강남구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전 ‘프로필을 설정하세요’에 영상 작품 ‘그 누구도 아닌 나’(2019년)를 출품했는데, 서지은 큐레이터는 “국제전을 준비하면 작가 여권 등 서류가 오가게 되는데 작가가 미술관 측에도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

아베돈은 아바타가 곧 정체성이라 주장한다. 그는 작품을 통해 가상 아바타로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가입이 얼마나 힘든지 등을 보여주며 가상 정체성의 권리를 논한다. 그에게 정체성이란 더 이상 현실의 경험과 신체에만 근거하는 게 아니다. 아베돈뿐 아니다. 온라인 상시 접속이 가능한 시대에 많은 이들은 각각의 공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선택하고 편집한다. 이런 면에서 국내외 작가 9명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프로필을 설정하세요’는 온·오프라인 존재의 가치가 공존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중국관에서 주목받은 작가 루양도 마찬가지다. 그는 ‘도쿠’라는 아바타로 환생했다. 도쿠는 작가의 신체를 3D 스캔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성별은 없다. 작가는 인도네시아 전통 무용수의 표정이나 일본 현대무용가의 몸짓 등을 섞어 다양한 사람들의 정체성을 하나로 합치기도 했다. 이런 도쿠의 탄생 과정을 담은 영상 작품 ‘도쿠쇼 도쿠시 헬로 월드’(2021년)는 온라인 세계 속 정체성의 무한함을 보여준다.

전시는 급속도로 변화하는 온라인 환경 내 우려되는 지점도 함께 조명한다. 안가영의 ‘KIN거운 생활: 온라인’(2020∼2021년)은 가상공간 속 무차별적 복제 문제나 기술 낙오자 등 사각지대를 보여준다. 작가는 성인 포르노물 배우로 오용된 아바타, 무단 복제당한 아바타, 게임 속 신체에 부적응한 아바타가 연대하는 역할극을 만들었다. 몰리 소다는 자신의 브이로그, 메이크업 영상, 스트리밍 영상, 사진을 모아놓은 작품 ‘미 앤드 마이 걸스’(2021년)를 통해 자신의 사적 모습을 관객과 공유하고, 온라인을 부유하는 자기 정체성은 과연 ‘오롯한 나’인지 질문한다. 전시는 27일까지. 3000∼4000원.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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