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팀 독하게 키운 ‘강철 조련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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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화려한 스타 출신 이강철 감독, ‘조용한 2인자’ 코치 시절 보내고
지휘봉 잡자 선수들 잠재력 살려 KS 데뷔전 4연승, 최초의 사령탑

‘강철매직’으로 KT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이강철 감독.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강철매직’으로 KT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이강철 감독.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그렇다면 더 빨리 끝내드리겠습니다.”

13일 열린 한국시리즈(KS) 미디어데이에서 김태형 두산 감독은 “우리는 최대한 빨리 우승하는 편이 낫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자 당초 4승 2패로 우승을 하겠다던 이강철 KT 감독은 위와 같은 말로 응수했다.

그렇다 해도 KT의 스윕(시리즈 전승) 우승을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팀에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안긴 ‘강철 매직’은 KS에서도 가장 완벽한 우승을 선물했다. KT는 올해까지 39차례 치러진 KS에서 9번째로 4전 전승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언더핸드 투수였던 이 감독은 현역 시절 통산 152승(역대 3위)을 거두고 1996년 KS 최우수선수(MVP)에도 오른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그럼에도 자신을 2인자로 한껏 낮춰왔다. 현역 시절에는 선배인 ‘국보 투수’ 선동열 전 야구 대표팀 감독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2006년 KIA 2군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로 변신해서도 음지에서 묵묵히 내공을 쌓았다. 넥센(현 키움)과 두산 수석코치 시절에는 자신보다 후배인 염경엽 전 감독과 김태형 감독을 보좌했다.

2019년 KT의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2015년 1군 참여 후 하위권을 전전하던 막내팀 KT의 체질을 바꿨다. 투수 조련사로 명성을 쌓아온 그는 선수들의 자질에 맞는 역할 분담을 분명하게 했다.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헤매던 주권(26)에게 ‘셋업맨’ 역할을 부여해 지난시즌 홀드왕(31개)으로 조련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데뷔한 소형준(20)의 자질을 일찍이 알아보고 스프링캠프 때부터 꾸준한 기회를 줘 한국야구의 미래를 짊어질 우완 에이스로 길러냈다.

이 감독의 신뢰 속에 선수들은 하나둘 잠재력을 터뜨렸고 2019년 6위에 이어 지난해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리그 정상에 우뚝 섰다. 이 감독은 첫 KS 무대에서도 7시즌 연속 KS에 오른 두산의 기세에 휘둘리지 않고 강철처럼 차갑고 단단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감독으로 치른 첫 번째 한국시리즈를 4연승으로 끝낸 건 프로야구 역사상 이 감독이 처음이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야구#강철 조련사#김태형#두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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