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펑솨이 행방 묘연… “잘 있다” 이메일은 진위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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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매체 “WTA에 폭로 부인 메일”
WTA회장 “본인 아닌듯… 연락 안돼”
오사카 등 테니스 스타들 신변 걱정 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1기 때 부총리를 지낸 장가오리(張高麗·75)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2일 폭로했던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35·사진)의 행방이 2주 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런 중에 중국 관영매체가 펑솨이가 직접 쓴 이메일이라며 성폭행 피해를 부인하고 자신은 안전하게 잘 있다는 내용을 공개했는데 이메일의 진위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면서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

중국중앙(CC)TV 산하 영어 채널인 CGTN은 17일 밤 트위터에 펑솨이가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에 이메일을 보내 성폭행 피해를 부인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이메일에 따르면 펑솨이는 “성폭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나는 실종되지도 않았다. 아무 문제없이 집에서 쉬고 있다”고 했다. 또 “WTA가 나에 관한 소식을 전하려면 앞으로는 나와 상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BBC 등에 따르면 스티브 사이먼 WTA 회장은 성명을 내고 이메일의 진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메일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것이 진짜 펑솨이가 작성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사이먼 회장은 “우리가 받은 메일을 실제로 펑솨이가 썼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며 “펑솨이와 직접 연락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와 직접 대면하기 전까지는 그의 안전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성폭행 의혹 또한 중국 당국의 검열 없이 철저히 조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펑솨이 관련 보도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다. 펑솨이가 웨이보에 올린 최초 폭로 글은 곧바로 삭제됐다. 관련 보도 또한 찾아볼 수 없다. CGTN이 펑솨이의 이메일을 단독으로 입수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관련 기사를 방송으로 내보내지 않고 트위터에만 올린 것도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국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해외 소셜미디어를 통제하고 있어 현재 중국에서는 CGTN의 트위터 또한 볼 수 없다.

세계 유명 테니스 선수들은 펑솨이의 안전을 바라는 글을 속속 올리고 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일본의 오사카 나오미는 “펑솨이 얘기에 충격을 받았다”며 ‘펑솨이 어디 있니(#WhereIsPengShuai)’라는 해시태그를 공유했다. 노바크 조코비치 또한 15일 “그가 무사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1970, 80년대 테니스 스타였던 미국의 크리스 에버트는 “펑솨이를 14세 때부터 알고 지냈다. 우리 모두 그의 행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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