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주식전문가’에 계좌 맡긴때와 주가조작 시기 겹쳐… 檢, 관련성 수사

16일 구속 수감된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와의 관계에 대해 주변에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권 회장은 2009년 이전부터 김 씨와 알고 지낸 것으로 추정된다. 권 회장은 대학 졸업 후 동대문시장에서 원단 판매업을 하던 아버지 밑에서 원단 장사를 했다. 대구에서 두창섬유를 창업한 권 회장은 사업전환을 위해 BMW 판매업에 뛰어들었다가 2002년 도이치모터스를 설립했다. 사업을 확장하던 권 회장은 2009년 1월 도이치모터스를 코스닥에 우회상장했다. 당시 권 회장이 대주주이던 두창섬유는 2009년 5월 도이치모터스의 주식 8억 원어치를 장외매도했고 이를 인수한 게 김 씨였다.
두 달 뒤 권 회장은 김 씨에게 이 씨를 소개했다. 김 씨는 이듬해 1월 이 씨에게 신한증권 계좌를 맡겼고, 같은 해 5월 이 계좌를 회수했다. 하지만 이 씨는 출신 대학이나 근무처 등을 모두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윤 후보 측은 지난달 20일 김 씨의 당시 주식 거래 내역 등을 공개했다. 윤 후보 측은 당시 “김 씨가 결혼하기 전에 ‘주식 전문가’로 소개받은 사람에게 거래를 맡겼다가 손해를 보고 회수한 것이 사실관계의 전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권 회장과 김 씨의 자금 거래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2012년 11월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 51만464주를 김 씨가 인수해 헐값에 매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2013년 김 씨는 도이치모터스 관계사이자 자동차할부금융사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2억 원어치를 액면가로 사들였다.
검찰은 김 씨가 계좌를 맡긴 시기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시기가 겹치는 만큼 김 씨가 단순 투자자인지 이른바 ‘전주’로서 주가조작을 알고 돈을 댄 것인지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미 권 회장과 이 씨 등 관련자 5명을 구속하거나 구속 기소했다. 권 회장 등은 2009년 12월부터 약 3년 동안 도이치모터스 주식 1599만여 주(약 636억 원 상당)를 직접 매수하거나 투자회사 등에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