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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세계는 ‘위드 코로나’, 中만 ‘제로 코로나’ 마이웨이

입력 2021-11-18 03:00업데이트 2021-11-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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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을 가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3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먼(朝陽門)역 근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간이 백신접종소를 찾았다. 이런 형태의 접종소는 백신 접종이 본격화한 올해 초부터 전국 곳곳에 만들어진 후 한동안 보이지 않았으나 최근 다시 등장했다. 베이징을 비롯해 중국 전역에서 신규 확진자가 속속 발생하면서 부스터샷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쑹(宋·38)모 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나보다 주변인이 더 피해를 본다. 심하면 도시 전체가 폐쇄될 수도 있어 부스터샷을 맞으러 나왔다”고 했다. 단 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도 해당 지역 전체를 봉쇄한다는 중국의 엄격한 ‘제로(0) 코로나’ 정책, 즉 ‘칭링(淸零)’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상상 이상의 ‘칭링’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 개막이 불과 10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중국은 강도 높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고 있다. 4일 북동부 랴오닝성 다롄시 좡허(莊河) 지역의 수입 냉동식품 회사에서 집단감염이 시작됐다. 당국은 5일 이 지역의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하고 주민에게 외출금지령을 내렸다. 서울 구로구 인구와 비슷한 40만 명의 좡허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핵산 검사도 진행했다.

당국은 13일 좡허 지역의 학생회관을 이용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대학생 3291명을 모두 찾아내 하루 만에 호텔에 격리시켰다. 또 이 학생들과 관련 있는 다른 대학생 7884명은 교내 학생회관에 격리 조치했다. 1만 명이 넘는 이 학생들 또한 최소 14일간 호텔과 학생회관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진자와의 접촉 정도를 따져 밀접접촉자, 단순접촉자 외에 ‘시공동반자(時空伴隨者)’란 용어까지 만들었다. 시공동반자는 코로나19 확진자와 반경 800m² 내에서 10분 이상 동시에 머물렀거나, 확진자가 발생한 고위험 지역에 14일 이내 30시간 이상 머무른 사람을 가리킨다.

인구 2000만 명인 남서부 쓰촨성 청두시 당국은 이달 초 확진자 5명이 발생하자 주민 전체에 대한 동선 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8만2000명에게 “코로나19 확진자와 ‘시공동반자’이니 당국에 신고하고 핵산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문자를 받은 사람들은 무조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통행증에 해당하는 ‘젠캉바오(健康寶)’가 정상을 뜻하는 ‘녹색’이 아닌 경고를 의미하는 ‘노란색’으로 바뀌어 통행이 제한된다.

지난달 31일 상하이 디즈니랜드에서 확진자 1명이 발생하자 당국이 관람객 3만4000여 명을 전원 가둬두고 오후 10시 반까지 핵산 검사를 진행한 사건은 서구 언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영국 가디언은 1명의 확진자 때문에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갇힌 모습이 ‘초현실적(surreal)’이라며 중국이 방역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한다고 비판했다.

시민 불만 속출


이달 초 기준 중국 전체 31개 성·시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21개 성·시에서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상당수 지역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주민 불만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남부 윈난성 루이리다. 미얀마에서 유입되는 신규 확진자 때문에 올해 3월 말부터 거듭 봉쇄와 해제가 반복되자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도시를 속속 떠나면서 50만 명대였던 인구가 20만 명대로 급감했다. 코로나19 이전 관광 명소로 유명했지만 이 수요가 완전히 끊겨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주민이 적지 않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고 있다. 실제 웨이보에는 “장사는커녕 7개월째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 “시내 상점의 90%가 반년 이상 문을 닫아 수입이 없다”는 루이리 시민의 하소연이 잇따른다.

수도 베이징의 ‘칭링’ 방역 또한 만만치 않다. 다른 지역은 대부분 2주(14일) 격리지만 베이징은 3주(21일) 격리를 고수하고 있다. 시 당국은 시민들에게 베이징을 벗어나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다. 베이징을 벗어났다가 다시 들어오려면 48시간 이내 핵산 검사 음성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외곽 지역에서 베이징으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이틀에 한 번꼴로 핵산 검사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19 통제를 이유로 애완동물이 희생되는 일도 벌어진다. 12일 남동부 장시성 상라오의 주민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집을 소독하러 온 방역 요원이 자신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반려견을 둔기로 도살했다고 폭로했다. 당국은 “방역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주장했지만 방역 요원이 해당 반려견을 쇠막대기로 때리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많은 누리꾼이 분노하고 있다. 9월에도 북동부 헤이룽장성 하얼빈 주민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격리된 사이 그의 고양이 3마리 또한 안락사됐다.

習 3연임 확정까지 ‘칭링’ 고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접종(부스터샷)을 하려는 중국인들이 접종소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 출처 웨이보
당국은 시민들의 불만에도 개의치 않고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할 뜻을 거듭 나타내고 있다.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무사히 치르고 같은 해 하반기 제20차 공산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지으려 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서는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통제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절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자와 관영언론은 입을 모아 중국 방역의 우수성을 자화자찬하고 있다. 최근 쩡광(曾光) 질병예방통제센터 수석과학자는 “중국의 방역은 세계 최고경지”라며 “중국을 조롱하는 국가에서는 매일 1만 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만 중국은 100명도 안 된다”고 서방을 겨냥했다.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 또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위드 코로나’보다 경제적”이라며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많은 국가에서 신규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의료 자원이 고갈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가세했다. 16일 관영 환추시보 또한 “중국의 제로 코로나가 고립을 초래했다는 서방의 비난은 전형적인 서구 중심주의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국경 개방 또한 상당 기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 원사는 “중국의 국경 개방은 중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가 코로나19를 얼마나 잘 통제하느냐에 달렸다”며 “전 세계가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향후 2, 3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강도 높은 제로 코로나 정책이 민심 이반을 가속화해 시 주석과 공산당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제거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기에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면서 중국 경제가 먼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많은 중국인과 중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에게 경제적, 심리적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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