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대만-인권-무역’ 격렬한 설전… 합의 없이 봉합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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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美中 화상회담 탐색전 속 대치

美, 좁은 공간에 작은 화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의 집무실 바로 옆 회의실인 
루스벨트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자리했다. 이들 뒤에 있는 TV 화면에 시 주석의 모습이 보인다. 워싱턴=AP 뉴시스
美, 좁은 공간에 작은 화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의 집무실 바로 옆 회의실인 루스벨트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자리했다. 이들 뒤에 있는 TV 화면에 시 주석의 모습이 보인다. 워싱턴=AP 뉴시스
15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화상 정상회담은 양국 간 경쟁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충돌 가능성을 낮추고 경쟁의 방향과 ‘게임의 룰’을 탐색하는 자리였다. 이 같은 분위기를 전하듯 호주ABC뉴스는 회담에 임한 양국 정상을 두고 “미중 갈등(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책임 있는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의 협력을 약속했지만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현안들을 놓고는 이견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 대만 문제 두고 설전

이번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거론한 건 대만 문제였다. 그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고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만해협에서 급격히 높아진 군사적 긴장감이 돌발적인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막으려면 미국의 의도부터 중국에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200대 가까운 전투기와 군용기를 대만의 항공식별구역에 진입시키는 등 대만을 향한 무력시위를 이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는 그러나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이나 현재 상태를 바꾸려는 일방적인 시도에 대해선 강하게 반대한다는 점 또한 분명히 했다. 다만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이날 회담 후 언론과 전화 간담회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조치가 설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미국이 중국의 대만 공격과 관련한 구체적인 데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강조했다. “대만의 독립, 분열 세력이 도발하고 심지어 레드라인을 넘으면 우리는 부득불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만해협 등지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막으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중국은 대만 측의 태도에 따라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것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시 주석의 메시지 곳곳에는 노골적인 표현과 강도 높은 경고가 담겼다. 시 주석은 무역문제와 관련해 “양국의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은 국가안보 개념의 남용과 확대, 그리고 중국 기업 때리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만의 독립과 관련된 시도를 ‘불장난’으로 표현하며 “불장난을 한 사람은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自焚·자분)”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표현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현안들을 조목조목 짚으며 비판과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신장과 티베트, 홍콩의 인권 문제를 거론했고, 인도태평양의 자유롭고 열린 항행 문제,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등을 회담 테이블에 모두 올렸다.

첨예한 이슈들을 놓고 두 정상은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가는 날 선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회담이 예상보다 길어졌다”며 “전화와 달리 화상으로 진행하는 회담에서 두 정상은 상당한 (발언) 주고받기(back and forth)를 했다”고 설명했다.

○ 북한 문제도 의견 교환
中, 대형 회의실에 대형 스크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테이블의 가운데)이 16일(미국 동부 시간 1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내 둥다팅(東大廳·동쪽 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대형 회의실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진행했다. 시 주석과 스크린 사이의 공간이 텅 비어 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中, 대형 회의실에 대형 스크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테이블의 가운데)이 16일(미국 동부 시간 1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내 둥다팅(東大廳·동쪽 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대형 회의실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진행했다. 시 주석과 스크린 사이의 공간이 텅 비어 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두 정상은 다만 의도하지 않았던 충돌은 피하고 경쟁에 집중하자는 큰 틀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기후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한 협력을 모색하는 탐색전도 함께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시 주석에게 “우리 두 지도자는 양국 경쟁이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충돌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며 ‘상식의 가드레일’ 구축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자신의 당선이 확정됐을 때 시 주석이 축하 전화를 해준 것에 감사를 표시하며 “매우 자애로운(very gracious) 전화였다”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또 “다음번에는 내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바이든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이던 2011년과 2013년 베이징을 방문해 당시 각각 부주석, 주석 신분이던 시진핑을 만난 적이 있다.

이날 시 주석은 “나의 오랜 친구를 보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화답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건강하고 안정적인 중미 관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북한 비핵화 문제는 미중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라고 언론들이 거론해왔던 의제였다. 두 정상은 아프가니스탄, 이란과 함께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관점을 교환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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