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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지금 내 고향에선]“시골 외갓집처럼 푸근해요” 강진군 농촌 체험 관광 인기

입력 2021-11-16 03:00업데이트 2021-11-16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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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숙식하며 현지 삶 체험… ‘위드 코로나’ 힐링 여행 모델로 주목
농촌-어촌-음식 등 프로그램 다양… 최근 수학여행 재개돼 예약 잇따라
“소중한 추억 쌓으며 스트레스 해소”
12일 전남 강진군 강진읍 춘곡마을 푸소 체험 농가에서 전북 부안군 하서중 학생들이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강진군 제공
“할머니, 제가 딴 것인데 엄청 싱싱하죠.”

12일 오전 전남 강진군 강진읍 춘곡마을. 허순종(67) 원갑순 씨(65·여) 부부 집에 ‘푸소’ 체험을 하러 온 주은아 양(16)이 집 뒤편 텃밭에서 딴 방울토마토를 원 씨에게 보여줬다. 원 씨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이라 물로 씻어 바로 먹어도 된다”며 주 양과 친구들에게 방울토마토가 가득 담긴 소쿠리를 건넸다. 원 씨는 “코로나 때문에 근 1년 만에 학생들 얼굴을 본다”며 “적막하기만 했던 시골집이 오랜만에 북적이고 활기가 넘쳐 살맛이 난다”고 좋아했다.

○ 푸근한 정 느끼며 추억 쌓는 푸소

푸소(FU-SO)는 ‘필링-업(Feeling-Up)’과 ‘스트레스-오프(Stress-Off)’의 줄임말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떨쳐버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농가에서 하루나 이틀 밤을 지내며 시골의 정서와 감성을 경험하는 전국 유일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숙박만 하는 기존 민박과 달리 시골집 주인과 숙식을 하며 농촌의 삶을 체험하는 일종의 ‘감성 농박(農泊)’이다.

12, 13일 전북 부안군 하서중 3학년 학생 30명이 강진군의 푸소 농가 8곳에서 체험을 했다. 학생들은 시골 외갓집에 놀러온 듯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친구 4명과 허 씨 부부의 집을 찾은 주 양은 “할머니와 감자수제비를 만들어 먹고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며 마실도 갔다”며 “친구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고 학업 스트레스도 날려 보내는 힐링의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강진군이 학생과 교사, 공무원, 여행객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푸소 체험이 위드 코로나 시대 힐링과 감성 여행의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생들의 체험이 줄었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참여 인원은 늘어나는 추세다. 올 10월 말 현재 2226명이 강진군의 시티투어와 일주일 살기 등 프로그램을 통해 푸소를 체험했다.

학생들의 푸소 체험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각급 학교가 수학여행 등 체험활동을 재개하면서 내년에 22개 학교 학생 4500여 명이 예약했다. 이재희 강진군 관광진흥팀장은 “청소년의 인성을 키우고 감성을 채우는 체험학습이라는 입소문이 난 데다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도시권 학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체류형 농촌 관광 성공 모델
푸소 체험은 2015년 처음 시작됐다. 강진군은 감성여행과 연계한 농촌 체험이 농가 소득을 늘리고 농촌관광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린 투어리즘’으로 한 가정이 연간 2000만 원의 수입을 올리는 일본 오이타(大分)현 아지무(安心院)정의 사례도 벤치마킹했다. 강진군은 첫해 86가구를 시작으로 푸소 참여 농가를 꾸준히 늘렸다. 표준 매뉴얼을 만들고 가구별 특성을 살려 농촌·어촌·음식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버스 임차비 일부를 지원하고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도 가입했다. 현재 영랑권역, 청자권역, 다산권역 등 5개 권역에 90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푸소 체험이 활기를 띠면서 2015년 7900만 원에 불과했던 참여 농가의 소득이 2019년 9억8500만 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4억 원대로 예상된다. 농가는 숙식비로 1인당 5만8000원(1박 2일 기준)을 받는다.

푸소 체험은 계절별로 일정을 달리한다. 참가자가 많은 가을에는 첫날 은빛 물결의 갈대밭으로 유명한 강진만 생태공원을 둘러본다. 강진군의 유일한 유인도인 가우도 둘레길을 걷고 973m의 바다 위 하늘을 시원하게 가르는 집트랙의 짜릿함을 즐긴다. 고려청자박물관에서 머그컵 조각과 물레 체험을 한 뒤 한국민화뮤지엄을 관람한다. 이어 농가를 찾아가 저녁부터 이튿날 점심까지 삼시 세끼를 해결한다. 다음 날 다산 정약용 선생이 기거했던 다산초당과 기념관을 둘러본 뒤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승옥 군수는 “코로나19로 관광 흐름이 비대면, 치유, 자연친화 등으로 바뀌고 있다”며 “체류형 농촌관광의 새 지평을 연 푸소가 감성체험 필수 코스로 자리 잡도록 관심과 정성을 더 쏟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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