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오일남역 오영수씨
70대 고령에도 홈 베이스까지 던져
60년간 매일 평행봉으로 체력단련
“TV로 야구 즐겨봐… 그냥 던졌다”
“우리, 다 걸고 한판 할까?”
2021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1차전이 열린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오후 2시 경기 시작을 앞두고 전광판에 세계적인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명대사가 띄워졌다. 창단 첫 KS 우승에 도전하는 정규시즌 1위 KT와 사상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WC) 팀의 KS 우승을 노리는 4위 두산의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예고하는 듯한 문구였다.
잠시 후 그라운드에는 이 대사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연기 경력 58년 차 배우 오영수 씨(77·극 중 오일남)였다. 이날 시구자로 나선 그가 글러브를 낀 채 모습을 드러내자 1만6200명 만원 관중이 들어찬 야구장에는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KS 기념 검은색 점퍼에 모자를 쓴 그는 오징어게임의 대표 사운드트랙인 ‘웨이 백 덴(Way Back Then)’에 맞춰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천천히 와인드업 동작을 한 뒤 포수를 향해 힘껏 공을 던졌다. 공은 홈 베이스 가까이 날아가 KT 포수 장성우가 원 바운드로 잡아냈다. 시구를 마친 오 씨는 모자를 벗어 관중에게 인사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이날 경기 시작 약 30분 전 경기장에 도착한 오 씨는 연습장에서 한두 차례 공을 던진 뒤 마운드에 올랐다. 시구를 마친 뒤에는 곧바로 경기장을 떠난 오 씨는 “평소에 야구 경기는 TV로 자주 보고 있다. 어떻게 시구를 하겠다고 생각했다기보다는 그냥 던졌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 열성 팬인 KT 외국인 에이스 쿠에바스(베네수엘라)는 이날 오 씨의 사인을 직접 받고 싶어 했으나 선발 출전으로 기회를 못 잡아 아쉬워했다. 장성우는 오 씨 시구를 받은 뒤 “공이 생각보다 빨라 놀랐다”고 말했다.
70대 고령임에도 공을 홈베이스까지 던질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체력 관리를 한 덕분이다. ‘평행봉 사나이’로 불리며 10대 때부터 60년 넘게 평행봉으로 체력을 단련해 왔다. 지금도 매일 오전 6시 20분이면 집에서 나와 20분을 걷고 평행봉을 50개 한다. 하루에 1만 보 걷기도 빠짐없이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올 한 해 국민들에게 힘을 준 사람들을 시구자로 섭외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이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자긍심을 준 오 씨를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씨를 1차전 시구자로 낙점한 KBO는 3주 가까이 섭외에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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