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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내가 만난 名문장]매일이 새날이다

이창복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입력 2021-11-15 03:00업데이트 2021-11-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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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복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늙어간다는 것은 스스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모든 상황은 변한다. … 의지와 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한다. ―괴테 ‘원칙과 성찰’ 중

나의 일과는 아침을 먹으며 조간신문을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언제부터인지 부음 기사를 눈여겨보며 어떤 사람의 이름 옆 괄호 안에 적힌 숫자와 내 나이를 비교한다. 그 수가 내 나이보다 적을 땐 너무 늙어버린 나를 실감하고, 많을 땐 그만큼 삶의 여유를 느낀다.

죽음이 아니라 삶이 죽음의 질을 정한다. 기사화된 죽음이라 해서 그 죽음이 훌륭한 것이 아니라 삶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은 죽을 때까지 삶에 충실해야 한다. 그것이 얼굴값이고 나잇값이다. 사람은 그 값을 해야 한다. 특히 노년에서 그러하다.

어차피 늙음과 죽음은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것이니 우리는 이들을 삶의 과정으로 친숙하게 받아들임으로써 최소한 노인의 존재가 쓸모없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늙어감에 서글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마는 이처럼 나이 든다는 것에 가벼운 희열마저 느끼게 된 것은 나름대로의 ‘노년에 대한 성찰’ 덕분이다. “매일이 작은 인생”이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매일이 새날이다. 문제는 내가 새날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꿈보다 오늘, 내 인생에서 가장 어린 ‘지금’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련다. 육체는 노쇠해져 가지만 정신적으로 젊음을 유지하며 인생의 가치를 느끼는 때가 ‘지금’이고, 스스로 일궈 놓은 인생의 열매에 대한 반추의 멋을 음미할 때가 ‘지금’이기 때문이다. 아직 병원에 누워있지 않고, 여전히 외모에 신경 쓰고, 크고 작은 일들을 해낼 수 있으니, ‘지금’이 만족스럽지 아니한가. 우리는 젊은 기분으로 자기 일을 사랑하는 한 매일 늙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새로워지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하기엔 언제나 젊다.

이창복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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