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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민노총 3주만에 또… 2만명 동대문역 사거리 기습점거, 교통 마비

입력 2021-11-15 03:00업데이트 2021-11-15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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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도심 ‘노동자대회’ 강행
동대문 네거리 十자 형태 점거한 시위대 13일 오후 2시경 서울 동대문역 사거리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 2만 명이 모여 4개 방면 왕복 8차선 도로를 모두 점거한 채 불법 집회를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단일 단체가 주최한 최대 규모 집회였다. 노조원들이 동대문역으로 기습 집결하면서 인근 교통이 마비됐고, 동대문시장 상인들은 “지난달 시장에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해 장사를 못 했다. 오늘은 집회 때문에 손님이 많이 오는 토요일에 장사를 못 하게 됐다”고 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3일 오후 1시경 서울 동대문역 앞 사거리. ‘전태일 열사 51주기’ 기념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합원들이 동대문역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노동자대회 장소를 동대문 인근으로 옮겨 진행한다”는 민노총의 긴급 공지에 따라 광화문역과 시청역, 종각역 등지에 산재해 있던 노조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집결한 것이다.

1시간 만에 2만 명이 모였다. 이들은 동대문역 사거리 4개 방면 왕복 8차로를 열십(十)자 형태로 점거했다. 종로5가 사거리∼동대문역 사이 도로는 곧바로 마비됐다. 당초 지하철 무정차역이 아니었던 동대문역은 추가 집결을 막아야 한다는 경찰의 요청에 따라 무정차역으로 지정돼 역사가 폐쇄됐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안모 씨(29)는 “지인 결혼식에 가려고 동대문역에서 내렸는데 갑자기 역이 폐쇄돼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경찰도 예상을 못 했는지 난처해하더라.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고 했다.

○ 코로나 사태 후 단일 집회로는 최대 규모
이날 민노총은 서울시의 집회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2만 명이 모이는 불법 집회를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2월 집회 제한이 시작된 이후 단일 단체가 주최한 집회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이날 기습 집회에서는 민노총이 지난달 20일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1만3000명이 참여해 총파업 집회를 한 것과 같은 수법이 동원됐다. 당초 민노총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499명씩 70m 간격을 두고 20곳으로 나눠 총 1만 명이 모이는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행에 따라 백신 접종 완료자 또는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 확인자 등이 포함된 경우 최대 499명까지 집회가 허용된다.

서울시와 경찰은 사실상 1만 명이 한 장소에 모이는 단일 집회로 보고 민노총의 집회를 모두 금지했지만 민노총은 장소를 ‘서울 도심’이라고만 밝힌 뒤 동대문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는 방식으로 집회를 강행했다. 민노총은 사거리 한복판에 연단을 세우고 노조법 전면 개정, 파견법 폐지 등의 구호를 외치며 2시간 넘게 집회를 진행했다.

경찰은 대규모 불법 집회를 강행한 주최자 및 주요 참가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및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하고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14일 밝혔다. 서울시도 집회 참가자 전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 시장 상인들 “토요일이 피크인데 장사 접어”
집회는 큰 물리적 충돌 없이 마무리됐지만 인근 동대문종합시장 상인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종합시장 입구로부터 약 400m 떨어진 인도 위에는 민노총 조합원 수백 명이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담배를 피워 거리에 희뿌연 연기가 자욱했다.

동대문종합시장은 지난달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50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나왔다. 집단감염 여파로 상인들의 불안이 커지자 이날 관리실에서는 전체 68개의 입구 가운데 대로와 인접한 14개 입구의 차단 문을 내려 봉쇄했다. 시장 경비를 맡은 정모 씨(39)는 “조합원들이 단체로 밀려와 내부에서 흡연을 하거나 화장실을 전세 낸 것처럼 사용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30년째 침구류 가게를 운영하는 안모 씨(68)는 “노조원들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마스크도 안 쓰고 담배를 피워 대니 우리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지난달에 코로나19 검사만 4번이나 받았다. 데모하는 건 좋지만 장사하는 서민들에게 피해를 줘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수건 도매상을 운영하는 김모 씨(54)도 “동대문역에 지하철도 안 서는데 그나마 왔던 손님들도 닫힌 셔터를 보고 돌아가고 있다”며 “장사는 토요일이 피크인데 갑자기 찾아와서 저러면 우리는 굶어 죽으라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두 번째 주말을 기대했던 시장 상인들은 하루 장사를 포기해야 했다. 양장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달 집단감염 때문에 몇 주째 장사를 공쳤다”며 “위드 코로나 이후 좀 나아질까 기대하며 아침부터 문을 열었는데 아직 개시도 못 했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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