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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日 ‘극우’ 유신회, 창당 5년 만에 제3당… “내년 7월 개헌 국민투표”[글로벌 포커스]

입력 2021-11-13 03:00업데이트 2021-11-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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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안 통과 의석 확보한 日 우파, 평화헌법 개정 시동걸기
극우정당 약진, 개헌동력 얻어… ‘日군사대국화’ 국민들도 동조
일본 중의원 선거가 실시된 지난달 31일 밤 극우정당 일본유신회의 마쓰이 이치로 대표(왼쪽)와 요시무라 히로후미 부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번 총신에서 일본유신회는 집권 자민당의 온건 노선에 실망한 강경보수 유권자의 표를 대거 흡수하면서 기존 11 석에서 41석으로 의석을 크게 늘렸다. 일본유신회의 약진으로 일본 사회의 우경화 또한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사히신문 제공
“이번 선거 전망에서 들어맞은 것은 일본유신회의 부상밖에 없다.”

지난달 31일 일본 중의원 선거 전후 주요 언론사의 여론조사와 관련해 일본에선 이런 말이 나온다. 언론은 선거 전 △집권 자민당의 고전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선전 △극우정당 일본유신회의 돌풍을 예상했다. 뚜껑을 열었더니 ‘일본유신회 돌풍, 자민당 선전, 입헌민주당 참패’의 결과가 나왔다.

2016년 설립된 신생 정당인 일본유신회는 이번 총선에서 기존 11석보다 대폭 늘어난 41석을 얻었다. 애초 오사카에서 시작한 지역 정당이었지만 이번에 전국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특히 의석수 기준으로는 자민당, 입헌민주당에 이은 제3당으로 올라서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도 선전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유신회는 전쟁 가능한 일본으로의 헌법 개정 및 자위대 존재 명기, 군사력 강화, 위안부 옹호 등 강한 극우 성향을 띠고 있다. 이 정당이 약진할수록 일본 사회의 ‘우향우’도 가속화할 수밖에 없고, 가뜩이나 좋지 않은 한일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일본유신회 약진…개헌의 또 다른 동력

일본유신회의 전신은 극우 정치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가 2010년 만든 지역 정당 ‘오사카유신회’다. 그는 수도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 지방에 비해 오사카가 중심인 ‘간사이’ 지방이 차별받고 있다며 오사카 중심주의를 주창했다. 그는 현직 오사카 시장이던 2015년 오사카시를 도쿄도처럼 오사카도로 격상시키려는 주민투표를 실시했다가 부결되자 시장을 사퇴하고 정계를 떠났다.

하시모토 전 대표는 과거 잇따른 극우적 발언으로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총알이 비처럼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목숨을 건 자들의 휴식을 위해 위안부 제도가 필요하다”는 망언을 한 인물이다. 4월에는 일본유신회 소속 바바 노부유키(馬場伸幸) 의원 또한 “‘종군 위안부’란 용어에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 연행했다는 이미지가 담겨 있어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일본유신회는 이번 총선에서 ‘강한 일본’을 외치며 강성 외교안보 공약을 내걸었다. 우선 헌법을 개정해 통치기구 개혁, 헌법재판소 설치, 교육 무상화 등을 명기해야 한다고 했다. 또 통상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였던 방위비를 대폭 늘려야 한다며 “1% 틀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했다. 사이버, 우주공간으로도 방위 체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도쿄도지사를 지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대표는 아예 핵무장을 주창한다. 그는 “핵무장을 통해 나라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 핵이 없는 나라는 외교력이 약하다”고 외치고 있다.


자민당은 평화헌법 개정을 주창하는 일본유신회의 약진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자민당은 당론으로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개헌을 하려면 중의원(465석)과 참의원(245석)에서 각각 의원 3분의 2가 찬성하고 이후에도 국민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사실상 장벽이 상당히 높은 셈이다. 하지만 일본유신회 등장으로 이런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의 중의원 의석수는 총 293석.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310석)에 미치지 못하지만 일본유신회의 41석을 더하면 중의원 통과가 가능해진다. 벌써부터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 일본유신회 대표는 “내년 여름까지 개헌안을 확정지어 7월 참의원 선거와 같은 날 개헌 관련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총리 중 극우 성향이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11일 자민당의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 회장으로 취임하며 “개헌 논의의 선두에 서자. 일본유신회도 국민민주당도 개헌 논의에 대해 적극적”이라며 다른 당과 힘을 합해 개헌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 기시다 내각에 드리운 극우단체 ‘일본회의’ 입김


1997년 발족한 일본 최대 극우단체 ‘일본회의’의 영향력 또한 상당하다. 전국 약 240개 지부에 4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이 단체의 특별고문은 아베 전 총리, 아베 내각에서 오랫동안 부총리를 지낸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부총재다. 아베 전 총리의 집권 시기에는 당시 아베 총리, 아소 부총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 등 내각의 주요 인사가 모두 일본회의 소속이어서 ‘아베 내각은 일본회의 내각’이란 말까지 나왔다.

10일 출범함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도 마찬가지다. 일본회의 웹사이트 등에 있는 회원 명부에 따르면 현재 내각 21명 중 기시다 총리,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경제산업상 등 13명(62%)이 회원이다.

일본회의는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인 태평양전쟁에 대해 “대동아전쟁은 자위(自衛) 전쟁”이라고 주장한다. 일본군 위안부 동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두고 “사실관계를 무시한 근거 없는 비난이 일본 정부와 일본군을 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평화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도 강하게 외치고 있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정치권에서 개헌 불씨를 피운다면 일본회의는 국민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일본회의에 짙게 드리워진 종교적 색채 또한 우려를 더한다. 현재 일본회의 자금줄은 전국 각지 신사(神社)에 기반한 신도계이며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천황제 국가로의 복원을 꿈꾸는 신흥단체 ‘생장(生長)의 집’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아베 집권 당시 ‘아베의 브레인’으로 불렸던 이토 데쓰오(伊藤哲夫) 전 일본정책연구센터 대표,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전 총리 보좌관 등이 모두 ‘생장의 집’ 활동가 출신이다.

일본회의 내 강경파들은 현대 민주주의 근간인 국민 주권을 부정하고 천황제 부활까지 외친다. 일본정책연구센터는 아예 평화헌법 개헌의 최종 목표가 ‘전쟁 가능한 일본’이 아닌 ‘19세기 메이지헌법 복원’이라고 주장한다. 즉, 이들의 이상향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전의 일본이며,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를 달성한 일본인은 무오류의 민족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 ‘적기지 공격 능력’ 도입도 가시화

일본 보수파의 오랜 염원인 ‘적(敵)기지 공격 능력’ 도입 또한 가시화하고 있다. 이미 발사된 미사일을 후행적으로 막는 것이 아니라 적이 미사일을 쏘기 전 선제적으로 파괴하는 체계를 뜻한다.

보수파들은 ‘먼저 미사일을 파괴하면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는 데 실패했을 때 자국민과 영토에 피해가 생길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대처 비용도 싸고 여론 반발도 적다’며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도입하자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간 야권은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가 평화헌법 9조에 따른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어 차원에서 반격)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최근 일본의 우경화 바람을 타고 이 논의 또한 활발해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때부터 북한, 중국 등의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하나의 선택지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내각은 중의원 선거가 끝나자마자 적기지 공격 능력을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인 ‘국가안전 보장 전략(NSS·National Security Strategy)’에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번 중의원 총선 당선자들도 적기지 공격 능력에 찬성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공격이 예상될 경우 적기지 공격도 주저해선 안 된다’는 설문 문항에 44%가 찬성했고 28%만이 반대했다. 자민당이 당장 힘으로 이 사안을 밀어붙이지 못하더라도 사회의 우향우 바람이 거세지면 여론 또한 찬성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우경화의 힘은 ‘젊은층 지지’


이번 총선에서 눈에 띄는 점 하나는 젊은 유권자의 보수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출구조사 때 40세 미만의 젊은층 투표로만 의석수를 집계했더니 자민당 의석수가 실제 결과보다 35석이나 많은 296석으로 나왔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 등 야당 거물이 승리한 야권 텃밭 지역구에서도 40세 미만의 투표로만 한정하면 자민당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례대표 투표에서도 젊은층의 자민당 선호 현상이 뚜렷했다. NHK 출구조사 결과 10대와 20대 유권자의 40% 이상이 자민당을 찍었다. 나머지 연령대에서 자민당을 찍은 비율은 모두 30%대였는데 젊은층이 유독 높은 것이다. 오랜 저성장에 지친 젊은이들이 힘 있는 집권당이 경제성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주기를 바라는 심리를 투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집권했던 민주당이 당시 허술한 대처로 민심을 잃는 등 야당이 수권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8일 아사히신문의 설문조사에서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선전한 이유에 대해 ‘야당에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답이 65%에 달했다.

이 같은 성향을 파악한 자민당은 아베 정권 때부터 젊은층을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했다. 2019년 5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전 총리는 유권자도 아닌 10대 초반 어린이, 청소년들과 대화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인기 게임 ‘파이널 판타지’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 아마노 요시타카(天野喜孝)를 기용해 아베 전 총리를 무사로 그린 수묵화 스타일의 포스터도 공개했다.

기시다 내각 또한 중의원 선거가 끝나자마자 젊은 세대를 위한 전 세대형 사회보장을 추진하기 위한 회의체를 구성했다. 젊은층을 사로잡으면 그들은 나이가 들어도 지지층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 한일 관계에도 악재

일본의 우경화는 한일 관계에서는 악재다. 1월 부임한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는 아직까지 총리와 외상을 만나지 못했다. 주요국 대사가 이렇게 오랫동안 일본 총리로부터 신임장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이례적이다. 양국 관계가 얼마나 좋지 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양국 갈등의 핵심은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시각차다. 한국은 ‘피고인 일본 기업이 어떤 형태로든 배상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배상금만큼은 절대 낼 수 없다’며 완강하다. 자민당 내에선 당초 ‘내년 3월 한국 대통령선거가 실시된 후에 새 정부와 해법을 마련하자’는 기류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새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의석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 혹은 군사대국이 되자는 주장에 보수 정치인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동의하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과 북한의 위협이 커지면서 일본 또한 강해져야 한다는 주장이 일반 국민에게도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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