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 文정부와 차별화로 청년층 공략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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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2030세대 표심 행보

방한 美국무부 차관보 접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운데)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왼쪽) 및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대사관 대사 대리를 만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방한 美국무부 차관보 접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운데)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왼쪽) 및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대사관 대사 대리를 만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정책 내용이 여러분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실망감을 많이 갖고 있을 것이다. 이재명이 후보가 된 민주당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연일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하며 청년 표심 잡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는 11일 ‘민주당을 비롯한 기성세대’로서의 반성을 토로하며 주요 공약으로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시점을 1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2030세대의 불만을 달래겠다는 것. 이 후보 측은 12일부터 2박 3일간 이뤄지는 부산울산경남 민생탐방 일정에도 청년과 함께하는 일정을 대거 포함했다.

○ “이재명이 후보 된 민주당은 다르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기성세대가 청년들이 겪는 갈등과 분열 절망 고통에 대해 노력하지만 여러분 고통에 비하면 많이 부족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보호보다 과세를 우선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때문에 현장에 있는 여러분이 매우 실망하고 어쩌면 원망을 넘어 분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상자산 과세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시점과 맞춰 한 1년쯤 연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당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초 내년 1월부터 연간 250만 원 이상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소득세 20%를 부과하려던 계획을 1년 미루겠다는 것.

이 후보는 간담회에 앞서 페이스북에도 과세 시점을 2023년으로 1년 유예하고 공제 한도를 대폭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연 250만 원의 공제 한도에 대해서도 “너무 낮아서 합리적인지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며 “(공제 한도) 대폭 상향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공제 한도를 주식처럼 5000만 원까지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를 두고 이 후보가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한 무리한 공약들로 당정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 요구에 대해 “정책 일관성이 훼손되고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정부가 무리하게 하는 게 아니라 작년에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법도 통과시켜 주고 다 합의된 걸 1년 뒤에 와서 하지 말라고 하면…”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강민국 원내대변인은 “이 후보가 벌써 대통령이 된 줄 착각한다”며 “후보라는 신분을 뛰어넘은 명백한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 李 “청년들의 절규 전하고 싶어”
이 후보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2030세대의 게시글을 적극 공유하며 청년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도 2030세대 지지율이 유독 취약한 가운데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을 지지했던 보수 성향 2030 청년 표심을 흡수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10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카단(홍 의원 지지층)이 이 후보님께 드리는 편지’라는 글을 공유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게시된 이 글은 민주당과 문 대통령의 문제점으로 페미니즘과 부동산을 꼽으며 “페미니즘을 멈춘다고 약속해 달라, 그러면 지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후보는 앞서 8일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도 현 정부의 ‘친페미니스트’ 정책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내용의 온라인 글을 읽어보라고 공유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이 후보가 2030세대 남성 표심을 잡기 위해 여성혐오적 메시지를 공유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거대 양당 후보들이 얄팍한 젠더의식으로 반페미니즘의 기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되겠다면서 화해가 아닌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제가 회의에서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권유한 것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2030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정치인이 단 한 명도 없는 것 같다’는 청년들의 절규를 전하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청년층 공략#표심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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