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관중 들어선 고양구장 “직관 반가워 퇴근 후 직행”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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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날씨에도 뜨거운 응원
“오랜만에 경기장에 와 행복”
코로나 백신접종 여부 확인에
입장까지 1시간 넘게 걸리기도

“대∼한민국!”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5차전이 열린 11일 고양종합운동장에는 오랜만에 커다란 함성이 울려 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육성 응원이 금지됐지만, 2019년 12월 이후 약 2년 만에 열린 100% 관중 허용 경기에서 축구 팬들이 쌓아놨던 ‘팬심’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날 경기장 기온은 5도에 체감온도는 영하에 가까울 정도로 추웠다. 하지만 팬들의 축구를 향한 열정은 불타올랐다. 유효 좌석 3만5000여 석 가운데 85% 정도인 3만152명이 대한민국의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길을 응원했다. 이날 관중 수는 코로나19 시대 이후 국내 스포츠 경기를 통틀어 가장 많은 것이다.

팬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인 등 경기장 입장을 위해 최대 1시간 이상 기다렸지만 불평 하나 없는 분위기였다. 이모 씨(34)는 “퇴근하고 급하게 왔지만 1시간 가까이 기다린 끝에 입장했다”며 “추운 날씨 속에 힘들었지만 오랜만에 경기장을 찾은 것만으로 즐겁다”고 했다.

경기장에서 오랜만에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추운 날씨 탓에 털모자를 쓰고, 휴대용 손난로를 손에 쥐는 모습이 많았다. 하지만 경기 장면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은 시종일관 선수들을 향해 있었다. 많은 인파가 경기장에 몰린 탓에 때때로 휴대전화 인터넷 신호가 제대로 잡히지 않기도 했다.

1-0으로 한국이 이긴 뒤 팬들은 저마다 휴대전화로 인증샷을 남기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윤모 씨(42)는 “날씨가 추워 떨면서 경기를 봤지만 대표팀이 시원하게 이겨줘서 추위마저 날아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선수들도 약 2년 만에 많은 팬들과 함께 경기를 치러 기쁜 모습이 역력했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관중석을 향해 일렬로 서 감사의 인사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손흥민(29·토트넘)은 “추운 날씨에 멀리까지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며 “좀 더 시원한 승리로 보답했으면 좋았을 텐데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축구는 팬이 있어야 하는 스포츠다. 특히 선수들에게 팬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양=김정훈 기자 hun@donga.com
#2022 카타르 월드컵#고양종합운동장#3만 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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