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불안에 휘둘리는 물가…“높은 물가상승률 당분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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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11일 0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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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장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시민. 2021.11.2/뉴스1 © News1
서울 광장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시민. 2021.11.2/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출구를 향해 나아가는 전 세계 경제 앞에 ‘공급망 리스크’가 거대 암초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소비가 백신 보급을 타고 분출하고 있지만 생산과 물류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공급망 문제로 인해 물가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공급망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물가 역시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6.8% 상승한 124.58을 기록했다. 2014년 2월(124.6) 이후 최고치다. 광산품(+75.5%), 석탄 및 석유제품(+68.5%)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원자재 가격과 국제유가가 오른 결과다. 수요가 급증한 반면 공급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공급망 병목 현상은 물가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올 하반기 들어 공급망 문제는 전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7월을 기점으로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하자 글로벌 공급망에는 하나둘씩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자동차용 반도체 조립·검사 업체가 밀집해 있는 동남아 지역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동남아의 공장이 멈춰서면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의 올 3분기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1%, 27.6%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그에 따른 충격파를 고스란히 입었다. 한은이 지난 7일 발표한 ‘아세안 5개국의 생산차질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이 5개 국가에 대한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입 의존도는 9.0%, 중간재 수출 의존도는 17.8%에 이른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아세안 5개국 제조업 생산이 7~9월중 코로나19 확산세로 7% 정도 차질을 빚었다고 가정할 때, 우리나라 연간 GDP(국내총생산)를 0.02%에서 최대 0.06%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물류에서도 공급망 문제가 불거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대표 항구인 LA항과 롱비치항이다. 화물 운반이 늦어지면서 적체 현상을 빚고 있다. 대형 선박들이 도착하더라도 항만에서 컨테이너를 내리지 못하고 바다 위에 촘촘히 떠서 하역을 기다리는 진풍경마저 빚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컨테이너’와 ‘아마겟돈’의 합성어인 ‘컨테이너겟돈’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최근 들어선 중국 내 석탄 부족과 전력난으로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망에 충격을 더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안보와 통상에서 공급망으로도 넓어지면서 중국이 미국의 동맹인 한국으로 불현듯 요소수 유탄을 떨어뜨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요소수 사태는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양상이지만 공급망 문제가 언제든 또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상당하다.

공급망 불안은 물가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7(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상승했다. 이로써 소비자물가는 2012년 2월(3.0%) 이후 약 10년만에 처음으로 3%대에 진입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인 유가가 올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요소수마저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선진국의 빠른 백신보급과 전례 없는 정책지원으로 재화를 중심으로 수요가 강하게 회복되는 데 반해 일부의 생산·물류차질이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을 통해 확산됨에 따라 공급부족 현상을 초래했다”면서 “이러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물가상승 압력도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러한 글로벌 공급병목의 영향과 함께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수요측 물가압력이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통제되고 ‘위드 코로나’ 국면으로의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공급망 차질과 병목 현상 해소가 내년초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는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경기 반등 모멘텀을 재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코로나19 상황과 미중 갈등으로 인해 뜻하지 않은 공급망 불확실성에 직면한 것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지만, 이런 것들이 점진적으로 해소되면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공급망 문제가 뚜렷하게 해소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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