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이 만든 GE, 결국 3분할…항공·헬스·에너지 쪼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0일 14시 00분


코멘트
GE 로고. © News1
GE 로고. © News1
129년 전통의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항공과 헬스케어, 에너지 등 3개 부문으로 쪼개진다. ‘경영의 신’으로 불린 잭 웰치의 지휘 하에 한 때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GE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 하고 끝내 여러 기업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9일(현지 시간) 미국 CN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GE는 2023년 초까지 헬스케어 부문을, 2024년 초까지 에너지 부문을 각각 분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항공 부문은 지금의 GE라는 이름을 유지하며 헬스케어 부문의 지분을 19.9% 소유할 예정이다. 로런스 컬프 현 GE CEO는 앞으로 항공 사업 부문만 이끌면서 헬스케어 부문의 비상임 의장을 함께 맡게 된다.

컬프 CEO는 이날 성명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3개의 글로벌 기업을 설립함으로써 각각의 기업들이 더 높은 집중도와 자원 배분, 전략적 유연성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우리의 기술 전문성과 리더십을 통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GE는 1892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공동 창업한 미국 굴지의 기업이다. 전기조명기업을 모태로 출발한 GE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고 대공황을 견뎌내면서 가전과 제트엔진, 파워터빈 등에 두각을 나타내는 제조기업으로 성장세를 거듭해 왔다. 그러다가 1980, 1990년대에는 전설적인 경영자 잭 웰치를 CEO로 맞아 글로벌 기업으로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이 때 GE는 제조업에 편중된 사업부문을 확장해 금융서비스업에도 진출하고 NBC를 인수해 한 때 방송사업에도 진출했다. 2000년에는 시가총액이 약 6000억 달러까지 오르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에도 올랐다.

그러나 GE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쇠퇴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세계적 금융회사로 발전했던 GE캐피탈이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기며 경영난을 겪게 됐고, 전통 제조업은 애플, 구글 등 디지털 기업들에 밀려나며 정상에서 멀어져 갔다. GE는 사업 구조조정과 CEO 교체 등을 통해 재기를 도모했지만 혁신 기회를 번번이 놓쳤고 2018년에는 1907년부터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에서도 퇴출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한 때 500달러를 넘보던 주가는 지금은 100달러 초반으로 내려왔고 시가총액 역시 5분의 1토막이 나며 평범한 중견 기업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8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컬프 CEO는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들을 구조조정하면서 GE의 사업구조를 단순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간 GE의 덩치를 키웠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회사에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이다.

이 때문에 회사를 3개로 나누겠다는 이날 GE의 결정은 대체로 월가의 호평을 받았다. 조지프 오데아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노트에서 “분사는 비용이 수반되지만 집중화된 기업 3곳의 민첩함이라면 이런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많은 부채 때문에 GE의 부활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