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美 ‘스페이스X’처럼…당정 “재사용 로켓 엔진 개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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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10일 0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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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7회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자리에 놓인 한국형 3단 발사체 누리호(KSLV-Ⅱ) 모형 볼펜을 살펴보고 있다. 2021.11.2/뉴스1 © News1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7회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자리에 놓인 한국형 3단 발사체 누리호(KSLV-Ⅱ) 모형 볼펜을 살펴보고 있다. 2021.11.2/뉴스1 © News1
한국형 발사체의 첫걸음을 뗀 ‘누리호’ 이후 한국의 발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추진된다. 키워드는 ‘재사용’이다. 발사체 재사용 기술을 확보하면 본격적으로 국제 시장에서 경쟁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여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과방위 당정 협의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내년부터 100톤(t)급 추력을 갖추고 재사용이 가능한 고성능 액체 로켓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당정 협의는 관련 예산 증액을 위한 첫걸음으로 향후 국회와 행정부 예산 당국과의 논의를 거쳐야 확정된다. 다만, 향후 한국형 발사체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누리호의 ‘발사 독립’ 넘어서 ‘국제 경쟁력 확보’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3단 발사체이며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발사체다. 2021.10.21/뉴스1 © News1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3단 발사체이며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발사체다. 2021.10.21/뉴스1 © News1
지난 10월 첫 시험 발사된 누리호는 한국 땅에서 한국 기술로 우주를 향한 길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세계적인 우주 강국의 발사체 기술과 비교하면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볼 수 있었다.

재사용 엔진을 개발하겠다는 이번 당정 협의는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누리호로 내디딘 첫 걸음을 넘어, 국제 우주 발사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뛰어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팰컨9 B1049가 발사체 재사용을 위해 회수되고 있는 모습 (스페이스X 발사 생중계 화면 갈무리) 2020.08.19 /뉴스1
팰컨9 B1049가 발사체 재사용을 위해 회수되고 있는 모습 (스페이스X 발사 생중계 화면 갈무리) 2020.08.19 /뉴스1
현재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은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확보했거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우주 강국들이 ‘재사용’ 기술확보에 나선 이유는 발사 비용을 줄여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승래 의원은 “발사체 시장은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발사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재사용 로켓으로 재편되고 있고 중국은 2000년대에 고성능 엔진기술을 확보하고 2010년대 이후 다양한 우주 발사체 개발에 성공했다”며 “(우리나라도) 선행 (우주) 개발사업인 스페이스 챌린지를 내년부터 시작한다. 내년에는 45억, 내후년엔 75억으로 총 120억 예산 증액을 투입해서 고성능 액체 로켓 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발사체를 회수해 재사용할수록 1회 발사 시 들어가는 단가가 줄어든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을 통해 ‘저렴한 발사’로 경쟁력을 확보, 민간 우주 발사 시장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현재 스페이스X는 발사체의 1단을 최대 10회 재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기술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것. 이번 당정 협의 결과는 엔진 개발에는 장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본격적인 발사체 개발에 앞서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재사용 발사체에는 재사용 엔진 외에도, 고도의 제어계, 추가 부품 등 다양한 추가 기술이 필요하다. 만약 이번 엔진 개발이 재사용 발사체 개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개발 중에 확보할 수 있는 엔진 재점화, 다단연소사이클 등 각종 기술은 로켓의 자세 제어 등 성능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당정 협의 ‘포스트 누리호’ 향한 마중물 될까…다음 변수는 예산 당국·예비타당성 조사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우주개발 진흥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1.10/뉴스1 © News1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우주개발 진흥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1.10/뉴스1 © News1


이번 당정 협의 결과에서 나온 것은 엔진 개발을 위한 선행연구다. 만약 선행연구 예산이 예산 당국과의 논의, 국회 승인을 넘어 확정되더라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지켜봐야 한다.

현재 누리호는 2022년 5월 2차 시험 발사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한 반복 발사 외의 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다. 이번 당정 협의가 누리호 이후, ‘포스트 누리호’ 논의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엔진이 들어갈 발사체의 목적과 설계 방향 등을 평가하고 점검한다. 현재 ‘포스트 누리호’를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호 개량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한 차례 이뤄졌지만, 도전성 부족 등을 이유로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안은 누리호의 75톤급 엔진을 82톤급으로 개량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이번 협의에서 나온 100톤급, 재사용 가능 조건은 상당히 도전적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예비타당성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재사용 등의 개발 방향은 도전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화는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 서울 ADEX 2021’ 전시회에서 누리호의 심장 ‘75톤 액체로켓 엔진’ 실물을 전시한다고 18일 전했다. 75톤 액체로켓 엔진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로 지난 2010년부터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누리호의 핵심 장치다. 발사체가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궤도에 도달하는 동안 고온, 고압, 극저온 등 극한 조건을 모두 견뎌 낼 수 있도록 제작한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업 초기 단계부터 엔진, 터보펌프, 시험설비 구축 등에 참여했다. (한화 제공) 2021.10.18/뉴스1
한화는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 서울 ADEX 2021’ 전시회에서 누리호의 심장 ‘75톤 액체로켓 엔진’ 실물을 전시한다고 18일 전했다. 75톤 액체로켓 엔진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로 지난 2010년부터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누리호의 핵심 장치다. 발사체가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궤도에 도달하는 동안 고온, 고압, 극저온 등 극한 조건을 모두 견뎌 낼 수 있도록 제작한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업 초기 단계부터 엔진, 터보펌프, 시험설비 구축 등에 참여했다. (한화 제공) 2021.10.18/뉴스1


한편, 당정 협의에서는 미래 세대를 위한 우주 콘텐츠 제작·보급 사업에 85억원의 예산을 증액한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과거 나로호 발사로 이공계의 꿈을 품게 된 ‘나로호 키드’처럼 누리호에 대한 관심이 우주와 과학기술에 대한 꿈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개발·보급한다는 내용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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