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고 힘들어도,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가 당신을 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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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발병률 ‘4위’ 사망률 ‘3위’
초기 증상 거의 없어 검진 필수
5∼10년 주기로 대장내시경 권고
가족력 있다면 검사 간격 좁혀야

식습관의 변화, 비만 등으로 우리나라 대장암 환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대장암은 조기 발견하면 예후가 좋은 편이다. 특히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로 선종 단계에서 발견해 제거하면 암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식습관의 변화, 비만 등으로 우리나라 대장암 환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대장암은 조기 발견하면 예후가 좋은 편이다. 특히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로 선종 단계에서 발견해 제거하면 암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대장을 비롯한 장기는 눈으로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질환이 발생해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발생 여부를 알지 못한다. 특히 대장암은 초기에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데다 설령 증상이 나타난다 해도 변비나 설사, 복통 등 일반적인 소화기 증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눈치를 채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장암은 발견 시기가 늦어지면 치료가 어렵고 예후가 좋지 않다. 대장내시경 등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질환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해야한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암병원장)의 도움으로 ‘대장내시경과 대장암’에 대해 알아봤다.

암 사망률 3위 대장암, 내시경 검사로 예방
2018년 국내 주요 암종 발생 현황을 보면 대장암은 위암, 갑상샘암, 폐암에 이어 4번째로 많이 발병하는 암이다. 암 사망률도 3위다. 하지만 다행히도 대장암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암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대장내시경’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건강검진을 권고한다. 특히 국가암검진은 우리나라 국민이 취약한 주요 암을 선별해 진행하는데 대장암의 경우 만 50세 이상의 남녀를 대상으로 매년 분변잠혈검사를 진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 검사를 통해 특이 소견이 확인될 경우에는 추가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한다.

그런데 추가 검사를 권유 받고서도 대장내시경 검사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미리 식이조절과 장 청결 등을 통해 검사에 적합한 상태를 조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귀찮고 번거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전에 진행했던 대장내시경 검사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도 추가 검사를 꺼리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항문을 통해 내시경 도구를 삽입해 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이 불편하게 느껴졌거나 검사 후 복통이나 복부 팽만감을 느껴본 사람은 이러한 일이 또다시 발생할까 걱정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검사 전 준비 과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검사 자체가 쉽지 않아도 검사를 포기해선 안 된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환자가 자각하기 어려운 초기 대장암뿐만 아니라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대장선종, 용종 등 다양한 질환을 발견해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대장에 생기는 각종 염증이나 궤양 등 질환을 발견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선종’ 단계서 빠른 발견·제거 필수
게티이미지코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대장내시경의 목적은 선종 단계의 용종을 조기에 발견해 제거함으로써 대장암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다.

대장에 생기는 용종은 크게 종양성 용종(선종)과 비종양성 용종(염증성, 증식성)으로 구분한다. 대부분의 대장암은 선종이라는 전암 단계에서 변이 과정을 거치면서 서서히 암으로 변한다. 선종은 대장 점막 세포의 유전적 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이가 누적돼 암으로 변한다.

선종이 암이 되기까지는 약 5∼10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대장내시경의 검사 주기도 이에 맞춰 5∼10년 간격으로 받기를 권고한다. 하지만 대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유전성 장 질환을 진단 받은 고위험군의 경우 전문의와 상의해 검사 주기를 단축시킬 것을 권하고 있다. 선종이 발견되면 1cm 미만일 때는 절제 후 3년, 1cm 이상 혹은 다발성인 경우는 절제 후 1년째에 대장내시경 추적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한다.

수술 기법·치료제 발달로 생존율 높아져
대장암은 다른 장기로 전이가 없는 1, 2, 3기일 경우 수술을 통해 일차적으로 종양을 제거한다. 이후 최종 조직검사에서 림프샘 전이가 관찰되거나 위험인자가 있다면 약 6개월간 항암치료를 하게 된다.

전이나 재발이 발견된 4기 대장암 환자라면 필요에 따라 수술을 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항암제 치료를 진행한다.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는 부작용이 많고 반응률이 저조했다. 하지만 최근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의 개발로 대장암 치료 효과는 획기적으로 상승했다.

우리나라 대장암 생존율은 1기의 경우 약 95%, 2기는 85∼90%, 3기는 70∼75%, 4기는 30∼35% 수준으로 이는 미국암연합위원회(AJCC)에서 발표한 미국의 치료 성적과 비교해도 월등히 앞서는 수준이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는 “복강경수술 등 새로운 수술 기법과 대장암 치료제 도입으로 치료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적극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로 암을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장내시경 때 발생할 수 있다는 ‘천공’이란
위 내시경을 삽입하는 경로는 목구멍에서 식도를 지나 위에 도달할 때까지 대부분 직선 경로다. 하지만 대장내시경은 훨씬 복잡하게 여러 방향으로 꼬여 있는 긴 통로를 거친 뒤에야 종착지인 맹장에 도달할 수 있다. 심지어 대장의 일부 구간은 복강 내에 고정돼 있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내시경 삽입을 더욱 어렵게 한다.

대장이 꺾이는 부분이나 복강에 고정돼 있지 않은 구불구불한 결장을 지날 때 내시경을 무리하게 삽입해 직선 방향으로만 힘을 주거나 사각지대 관찰을 위해 과도하게 내시경 선단부를 구부리다가 천공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대장내시경은 위내시경보다 더 굵은 내시경을 사용하고 대장의 벽은 위벽보다 얇기 때문에 천공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대장내시경 검사 중 천공이 발생하면 응급수술을 하게 된다. 대부분은 장 내용물 유출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복강경 수술을 통해 일차 봉합을 시행하지만 장 청결 상태가 불량하거나 천공 부위가 큰 경우에는 드물게 장의 일부를 절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장내시경 검사 때 의사에게 꼭 해야 할 말은…
이우용 교수
이우용 교수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

대장내시경 전, 의사에게 알려주세요.
[1] 내시경 전에 중단해야 할 약제 (아스피린 등 용종 절제 시 출혈 가능성을 높이는 약)

[2] 복부 수술을 한 적이 있다. (복강 내 유착이 심한 경우 내시경이 어려울 수 있다.)

[3] 대장내시경을 한 적이 있다면, 용종 절제 등 이상 소견 유무를 의사에게 알린다.

대장내시경 후, 의사에게 물어보세요.
[1] 이상 소견이 있나? (염증, 게실, 용종, 암 등)

[2] 용종이 있었다면, 몇 개나 관찰 됐나?

[3] 어떤 종류인가? 선종 등 암으로 변하는 용종은 아닌가?

[4]
위치와 크기는?

[5] 용종을 절제했다면 완전 절제가 됐는지, 아니면 조직 검사만 했나?

[6] 다음 대장내시경은 언제 해야 하나?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대장내시경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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