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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인사이드&인사이트]“안전장치 없는 플랫폼 종사자”… 노동공제회가 대안 될까

입력 2021-11-08 03:00업데이트 2021-11-0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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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공제회 설립’ 주목
송혜미 기자
《“사각지대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첫 발자국이 될 것이다.” 지난달 26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한국노동공제회)의 설립 취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노동공제회는 배달기사 등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일감을 구하는 플랫폼 종사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노총이 설립한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노동법, 사회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플랫폼 종사자들을 위해 생활안정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게 목표다. 플랫폼 종사자 규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특수’를 타고 올해 200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한국노동공제회가 늘어나는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 안전망 없는 플랫폼 종사자


한국노총이 노조 밖에 있는 플랫폼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노동공제회를 만든 이유는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근로자라면 근로기준법 등을 적용받아 최저임금, 주52시간, 퇴직금 등 각종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노조를 조직해 근로조건을 두고 사측과 교섭할 수도 있다.

플랫폼 종사자들은 상황이 다르다. 배달대행업체가 운영하는 기사용 앱을 통해 일하는 배달기사 김모 씨(37)는 “언제 어디서든 앱을 켜면 출근이 시작되고 원하는 콜을 선택해 배달한다는 점에서는 자유로운 일자리”라면서도 “가끔 업체가 콜을 강제로 배차하면 내키지 않는 곳이어도 배달을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체가 시키는 일(강제 배차)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김 씨는 근로자의 성격을 갖지만, 그를 포함한 대부분의 배달기사들은 개인사업자로 일하는 자영업자다.

플랫폼 종사자들은 저임금과 과로, 사고와 재해 등에 내몰려도 마땅한 보호대책이 없다. 노조가 없는 플랫폼 종사자들이 공룡처럼 성장한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수수료 등 계약조건을 협상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한국노동공제회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플랫폼 종사자 1만 명을 대상으로 목돈마련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회원이 월 10만 원씩 납입하는 적금상품에 가입하면 연간 최대 24만 원의 이자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금융권 노사가 공동으로 조성한 금융산업공익재단이 연 최대 24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플랫폼 종사자의 직업훈련이나 자영업 등으로의 전직을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내년에는 플랫폼 종사자의 건강검진을 지원하고 직종별 단체보험을 개발해 복지 사각지대를 보완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 노동법 적용까진 ‘산 넘어 산’


정부 역시 노동법 밖에 있는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보호대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고용노동부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플랫폼 종사자 보호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데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플랫폼 기업의 책임과 권리를 규정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노동계의 생각은 다르다.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이 노동법에 비해 보호의 정도가 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가볍게 해준다고 지적한다. 이런 이유에서 노동계에서는 플랫폼 종사자들에 대한 별도의 법을 만들 게 아니라 이들에게 노동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로자와 대등한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노동계의 주장처럼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법의 범주에 포괄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같은 플랫폼 종사자라도 일하는 여건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영어 과외교사 한모 씨(28)는 김 씨처럼 앱을 통해 일감을 구하지만 일을 구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플랫폼 업체 등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다. 앱은 한 씨와 그의 잠재고객(학생)들을 연결하는 역할만 할 뿐이다. 따라서 김 씨와 달리 한 씨는 근로자라기보다는 자영업자에 더 가깝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대 교수는 “어떤 플랫폼 일자리는 일감의 분배를 제어하고 플랫폼 종사자에게 업무의 수행 방식을 지시하지만, 어떤 일자리는 단순히 플랫폼 종사자와 고객을 매칭할 뿐”이라며 “모든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획일적으로 법규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도 플랫폼 종사자를 근로자로 보고 노동법을 적용해 보호할지에 대해 논쟁이 활발하다. 독일은 지난해 말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대책을 발표한 반면, 프랑스는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3권을 인정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플랫폼 종사자를 근로자로 인정하되 근로자가 아닌 경우 사용자가 이를 입증하도록 한 ‘AB5법’이 통과됐다가 무력화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한국노동공제회의 대안 가능성에 주목


한국노동공제회 역시 플랫폼 종사자 보호방법에 대한 고민에서 출범했다. 한국노총은 기본적으로 플랫폼 종사자들을 기존 노동법의 틀 안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플랫폼 종사자들에게 노동법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의식도 갖고 있다. 전통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규율하는 노동법이 플랫폼 경제의 빠른 진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플랫폼 종사자는 179만 명으로 추정된다. 고용부는 올해 플랫폼 종사자가 2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취업자 수(9월 기준 2768만 명)의 7.2%가량이 플랫폼 종사자인 셈이다. 플랫폼 일자리의 급격한 성장으로 일하는 형태도 다양해진 만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한국노동공제회가 이 같은 노동법의 공백을 해소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동법 확장이 아닌 근로자들의 상호부조에만 플랫폼 종사자 보호문제를 맡겨선 안 된다고 지적하지만, 정규직 근로자가 플랫폼 종사자들을 위해 모금을 하는 등 연대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노동운동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있다. 송명진 한국노동공제회 사무국장은 “플랫폼 종사자는 사회적 보호망의 사각지대에 있고 조직화도 되어있지 않아 새로운 사회안전망 모델이 필요하다”며 “공제회는 이들에게 노동법 외에 중층적인 안전망을 제공해 보다 효과적인 보호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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