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화천대유, 美페이퍼컴퍼니서 152억 빌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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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생긴 조세회피처 소재 업체… 2019년 원금-이자 돌려받은뒤 해산
檢, 실소유주-투자 경위 등 조사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2018년 152억 원을 미국 내 대표적 조세회피처인 델라웨어주 소재 서류상 회사로부터 빌린 것으로 5일 밝혀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화천대유는 2018년 4월 리딩투자증권에서 대장동 사업지구 ‘A12블록(판교더샵포레스트)’ 수익권을 담보로 210억 원을 차입했다. 이 돈은 리딩투자증권의 ‘리딩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2호’가 빌려준 것인데, 델라웨어주 소재 ‘어니언 그랜드 애비뉴 파트너스(ONION GRAND AVENUE PARTNERS)’라는 서류상 회사에서 나왔다.

2018년 1월 4일 설립된 이 회사는 설립 3개월여 만에 152억 원을 화천대유에 투자했으며, 화천대유에서 연 18%에 달하는 이자와 수수료(37억 원)를 원금에 더해 총 189억 원을 돌려받은 직후인 2019년 12월 말 해산됐다. 화천대유는 2018년까지는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 배당을 받지 못하다가 이듬해부터 배당 이익으로 거액의 수익을 거뒀다.

당시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지인인 부동산투자회사 엠에스비티의 김모 전 감사를 통해 대여금을 확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서류상 회사의 실소유주와 투자 경위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천대유 152억’ 美업체, 투자 석달전 설립돼 돈 회수뒤 해산
화천대유가 리딩투자증권에서 빌린 210억 중 152억은 美페이퍼컴퍼니서 나와
‘연이율 18%’ 시의회서 논란 일기도
일각 “화천대유에 초기 자금 댄 엠에스비티가 투자 대여금 유치
정영학이 대여과정에 관여한듯”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 도심 한복판에는 4층 높이의 붉은색 건물이 있다. 주 전체의 140만 개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 중 28만 개가 이곳에 본사 주소지를 두고 있다. 서류상 회사 대부분은 실소유주와 지분 구조가 비밀에 부쳐져 있다. 미국 내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꼽히는 델라웨어주에서는 법인을 설립할 때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공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2018년 4월 152억 원을 보낸 ‘어니언 그랜드 애비뉴 파트너스(ONION GRAND AVENUE PARTNERS)’의 본사 주소지도 이곳으로 돼 있다. 화천대유에 거액의 자금을 대여하기 3개월 전에 설립된 이 회사는 대여금을 돌려받은 지 8개월 만에 해산했다. 검찰은 이 회사의 실소유주가 화천대유의 전주(錢主)라고 보고, 자금 흐름 등을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조세회피처→사모펀드→은행, 투자자 은닉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1월 세워진 서류상 회사는 설립 3개월 만인 같은 해 4월 한국의 사모펀드인 ‘리딩 전문 투자형 사모 부동산신탁 2호’에 152억 원을 투자했다. 이 펀드는 이후 “화천대유에 투자해 달라”며 NH농협은행에 돈을 맡겼고, 실제 이 돈은 화천대유로 흘러들어 갔다. 투자처를 지정하고, 투자자는 숨기는 ‘특정금전 신탁’ 방식이었다.

서류상 회사는 2019년 4월 30일경 원금 152억 원 외에 이자 및 수수료 37억 원 등을 더해 총 189억 원을 돌려받았다. 화천대유는 이 회사로부터 연 이자율 18%인 고금리에 돈을 빌렸다. 같은 기간 화천대유가 다른 회사들로부터 연 이자율 4% 수준에서 돈을 빌린 것에 비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이자율이었다. 서류상 회사는 원리금을 돌려받은 뒤인 2019년 12월 해산했다.

화천대유와 이 회사 사이에 152억여 원의 자금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는 드러나 있지 않았다. 화천대유는 2019년도 감사보고서에서 2018년 4월 대장동 사업 지구 A12블록의 분양 수익을 담보로 리딩투자증권으로부터 210억 원을 빌렸다고만 밝혔다. 이자율이 연 18%의 고금리여서 성남시의회 등에서 논란이 일었지만, 리딩투자증권을 통해 자금을 대여한 인물과 회사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범죄 수익 환수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세청 등에 대한 자료 요청을 통해 검찰이 실소유주가 누군지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영학 회계사가 대여 과정에 관여”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지인인 부동산투자회사 엠에스비티의 김모 전 감사를 통해 거액의 대여금을 확보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 화천대유에 자금을 빌려줬던 엠에스비티가 또다시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의 대여금을 끌어왔다는 것이다.

화천대유가 2018년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추가 대출을 받기 위해 자본금을 마련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거액의 대여금을 끌어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장동 사업의 한 관계자는 “급전을 마련해준 화천대유의 ‘전주’가 누구인지 드러내지 않기 위해 조세회피처의 해외 법인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니언 그랜드 애비뉴 파트너스’가 152억 원을 투자한 ‘리딩 전문 투자형 사모부동산신탁 2호’에는 화천대유에 초기 자금을 빌려줬던 회사들도 투자자로 함께 참여했다.

이에 앞서 2015∼2017년 화천대유에 131억 원의 초기 자금을 빌려줬던 엠에스비티는 2017년 11월 이 대출금을 투자금으로 전환했다. 이 투자로 엠에스비티는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하는 아파트의 분양 수익을 받기로 했는데, 예상 분양 수익은 원금의 3배인 약 400억 원 수준이다. 김 전 감사는 투자 경위를 묻는 동아일보의 질의에 “전혀 저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화천대유#페이퍼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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