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당신의 개인정보를 팔아도 되겠습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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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권력/제임스 볼 지음·이가영 옮김/364쪽·2만5000원·다른

‘사용자 경험 개선, 데이터 분석, 타 사이트, 앱, 뉴스레터 등에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를 설치하는 데 동의하십니까?’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면 불쑥불쑥 뜨는 이 문구에 많은 이들이 ‘동의’ 메뉴를 클릭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가 제공되는지 알 수 없어도 해당 웹사이트를 이용하려면 이에 동의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그러나 무심결에 응한 선택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일은 결코 간단치 않다.

이 책에 따르면 뉴욕타임스 홈페이지에 접속한 이용자가 동의를 선택한 순간 추적기 소프트웨어 21개가 일제히 실행된다. 추적기란 이용자가 어떤 웹사이트에 방문하고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는지를 감시하는 컴퓨터 코드를 말한다. CNN 사이트의 추적기는 28개,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 더선을 통해 깔리는 추적기는 35개에 달한다. 추적기가 수집한 이용자 데이터는 수천 개의 광고회사로 팔려나간다. 이에 따라 이용자는 호기심에 한두 번 검색해 본 신발이나 옷 광고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다른 웹사이트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의 호기심이 소비로 이어지면 동의 버튼에서 비롯된 추적기 임무는 성공한 셈이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활용한 사업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2018년 4분기에 393억 달러(약 46조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이용자 정보를 통한 광고수입이 326억 달러(약 83%)를 차지했다. 페이스북도 2018년 4분기 매출액 169억 달러 중 166억 달러(약 98%)를 광고로 벌어들였다. 저자는 “21세기는 아마존이 신용카드이고 페이스북이 신분증인 시대”라고 지적한다.

인터넷 시대에 한발 앞서 진출한 사업자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고 볼 수는 없을까. 저자는 “인터넷 이용자가 실제로 어느 회사에 어떤 개인정보가 넘어가는지도 모르고 동의 메뉴를 선택하는 걸 거대 인터넷 기업과 광고회사도 알고 있다. 이는 기만”이라고 비판한다. 이용자가 정보제공에 동의하는 순간 자신의 집 주소까지 수천 군데로 전송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지금처럼 활발한 정보수집이 이뤄질 수 없을 거라는 얘기다.

이는 거대 인터넷 기업의 독점이라는 폐해로 이어진다. 수십억 명의 이용자 데이터를 확보한 거대 기업들은 이를 무기로 다른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기존 산업 생태계를 파괴한다. 국내에서도 최근 카카오, 네이버, 쿠팡 등 플랫폼 기업들의 무차별적 시장 진출이 논란이 되고 있다. 택시, 대리운전, 꽃배달 서비스 등에 이어 온갖 업종과 상권을 플랫폼 기업들이 장악할 여지가 커지고 있다는 것. 인터넷 사회에 도사린 독점과 감시의 폐해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개인정보#쿠키#동의#비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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