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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송평인 칼럼]김종인과 이준석이 불러낸 안철수

입력 2021-11-03 03:00업데이트 2021-11-0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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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에 재·보선 승리 이끈 야권 단합 사라져
국민은 국민의힘 집권이 아니라 나라 바로 세울 정권교체 원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안철수의 대선 출마가 정권 교체의 길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안철수를 다시 불러낸 것은 김종인과 이준석이다. 김종인은 올 4월 재·보선이 끝난 후 안철수를 향해 ‘건방지다’고 말했다. 안철수가 ‘재·보선은 야권의 승리’라고 말한 데 대한 반응이다. 재·보선은 안철수가 마련한 야권의 승기를 국민의힘이 조직의 힘으로 가로챈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안철수도 그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피눈물을 삼키며’ 오세훈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김종인은 고마움을 표하기는커녕 막말로 응답했다. 정치인의 절제를 말하기 전에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준석은 ‘어쩌다 국민의힘 대표’가 돼서는 그 자리를 이용해 침묵하는 안철수를 계속 건드리면서 안철수와 선거에서 붙을 때마다 진 패배에 대한 뒤끝을 작렬시켰다. 최근에도 “안철수와 결별한 지도자는 대통령이 되고 통합하려 노력한 지도자는 고생한다”고 깐죽거렸다. 안철수를 자극하기만 할 뿐 누구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늙거나 젊거나 간에 제 감정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자들이 연이어 국민의힘을 이끌고 있다.

재·보선에서 야권이 압도적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과 안철수가 뜻을 모으고 바깥에서 윤석열이 지원하면서 전(全) 보수·중도 진영이 정권교체의 기치 아래 단합했기 때문이다. 그 단합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김종인이다.

김종인에게 재·보선은 야권이 권력을 되찾느냐 마느냐의 문제 이전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끝나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다. 그는 안철수의 서울시장 출마 선회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국민의힘이 서울시장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국민의힘을 이끄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밖에 없었다. 오세훈의 승리는 김종인의 머릿속에서는 자신과 국민의힘의 승리일 뿐이지 야권의 승리가 아니다. 그것을 안철수가 야권의 승리라고 하니 저도 모르게 ‘건방지다’는 말이 튀어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재·보선은 누가 봐도 단합된 야권의 승리였다. 반문(反文) 유권자들에게 오세훈과 안철수의 단일화에서 누가 되든 큰 차이가 없었다. 오세훈이 아니라 안철수가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과 붙었더라도 승리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안철수가 서울시장이 됐다면 국민의힘과 중도파가 더 단합된 분위기 속에서 대선을 준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김종인의 막말에 이어 야권 단합의 분위기를 꺾은 것은 윤석열의 국민의힘 조기 입당이다. 정치 적응을 위한 절대적 시간이 부족했던 윤석열은 국민의힘 밖에서 안철수 등과 힘을 모았다가 단일화를 꾀했어야 했다. 정작 대선은 남 일처럼 보면서 자기 치적이 될 국민의힘 경선 흥행에만 몰두한 이준석에게 놀아나 조기 입당을 선택하는 바람에 주위에 권력의 냄새를 맡은 똥파리들이 잔뜩 몰려들어 정권교체의 대의(大義)는 후퇴하고 권력투쟁만 부각됐다. ‘구라’와 정치적 발언을 구별하지 못하는 윤석열을 보면서 중도적인 유권자들은 망설이게 됐다. 그것이 안철수가 움직일 여지를 열어줬다.

김종인의 정치적 승리는 이상하게도 늘 나라의 실패로 이어졌다. 그가 한번은 박근혜의 당선을 도와, 한번은 문재인의 재기를 도와 킹메이커로 불리게 됐지만 나라는 두 대통령의 임기를 거치면서 잃어버린 10년으로 빠져들었다.

오세훈의 서울시장 당선도 당장은 김종인의 정치적 승리로 보였다. 그러나 김종인이 승리를 독차지하기 위해 분열을 조장하고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조기 입당하고 안철수가 대선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었던 야권 단합은 완전히 사라졌다. 인간사 흔히 성공한 그것으로 망하기도 하는 법이다.

이제 와 안철수에게만 수(手)를 물리라고 할 수 없다. 진보 진영은 민주당과 정의당이 같이 나온다. 정의당이 나온다고 문제 삼는 사람은 없다. 판이 바뀐 이상 중도·보수 진영도 국민의힘과 안철수가 같이 나오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걸 문제 삼는 쪽이 이상하다.

안철수에게 더 이상 스스로 당선될 힘은 남아 있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를 떨어뜨릴 힘은 있다. 안철수가 이번에는 독심을 품은 듯하다. 안철수를 그렇게 만든 건 김종인과 이준석이다. 안철수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自信)했으니 그랬을 것이다. 자신인지 자해(自害)인지 두고 보겠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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