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지에 담은 AI로봇·탄소중립…꿈나무들의 과학미래 ‘상상력 반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31일 1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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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대덕에서 과학을 그리다’ 미술대회

“미래 세상엔 인류의 삶을 도울 로봇들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간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되 환경을 해치는 방법이어서는 곤란해요….”

지난달 30일 오전 대전 유성구 기초과학연구원(IBS) 앞마당. 동아일보와 채널A, 동아사이언스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3회 ‘대덕에서 과학을 그리다’ 결선 참가자들이 과학기술이 가져올 미래 세상을 하얀색의 도화지에 채워 넣었다.

● 과학의 전당에서 결선 열려
대회 장소는 1993년 대전엑스포(대전세계박람회)가 열린 뒤 대전엑스포과학공원으로 불리면서 오랫동안 청소년들에게 과학에 대한 꿈과 희망을 키워주던 곳이다. 지금은 전시관들이 대부분 철거됐지만 상징물이었던 한빛탑은 그대로 남아 있다. 하늘은 높고 푸른 화창한 날씨였다. 가족들이 대회장 주변에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깔고 가을을 만끽하는 사이 참가자들은 과학기술의 미래를 그림으로 구체화하기 위해 골몰했다.

주최 측은 공정 관리를 위해 널따란 잔디밭에 천막을 치고 개인별로 테이블을 제공한 뒤 가족과 떨어져 그림을 그리게 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왔다는 양일중 1학년 전승연 양은 나노바이오센서를 공부하면서 얻은 지식과 영감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중이었다. 승연 양은 “한 대학의 과학영재원에 다니고 있는데 생명과학 수업 중 나노바이오센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였더니 교수님께서 샘플을 하나 주셨다”며 “이를 계기로 나노바이오센서에 대해 더 공부를 충분히 한 뒤 그림의 소재로 삼았다”고 말했다. 승연 양은 ‘과학동아’ 유튜브에서 그림 대회 소식을 알아 직접 신청을 했다고 했다.

전북 전주시 우전초 3학년 김지후 군의 도화지는 로봇들로 가득했다. 미래에 인류와 같이 살아갈 생명공학 로봇들이었다. 지후 군은 “영화에서는 인류를 위협할 로봇이 많이 등장 한다”며 “그런 걱정을 덜기 위해 인간과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좋은 로봇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해에도 미술대회에 참가했다는 그는 “생물학자가 되어 생물의 특성 면밀하게 살피고 싶다”며 “그런 활동 자체가 너무 즐겁고 신나는 일일 것 같다”고 했다.

● 그림 통해 ‘풍요로운 과학기술 미래’ 기원
세종 보람초 6학년 박소정 양은 아빠가 다니는 직장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내준 주제 ‘인공지능(AI)’을 선택해 똑똑한 로봇을 표현하는 중이었다. 소정 양은 “탁월한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 로봇은 노인들이 많아지는 시대에 고독해질 수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대화 상대가 돼 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로봇이 이런 역할을 하려면 인간의 감정상태를 잘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전 죽동초 5학년 문하랑 군은 과학보다는 미술이 더 좋아 참가 했다. 한국에너지연구원의 주제인 ‘기후 위기로 흔들리는 지구…’를 선택했는데 연구원이 대회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이 그림의 힌트를 제공했다. 하랑 군은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방식을 모두 망라한 뒤 우리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 제시할 생각”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대전 교촌초 4학년 김차온주 군은 3년 째 연속 출전자이다. 벌이 벌집에 꿀을 모으는 모델을 활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계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어머니 허혜정 씨는 “아이들 세 명이 매번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데 매번 주제를 바꿔가면서 참가하니 과학 학습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참가자 가족들의 표정은 가지각색이었다. 대부분 느긋하게 가을 나들이를 즐겼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장에 아이를 들여보낸 듯 대회장 주변을 서성이기도 했다. 한 참가자의 어머니는 미처 대회장에 같이 오지 못한 아빠의 격려 전화 목소리를 주변에서 들려주기도 했다.

● 생명공학·천문과학 등 ‘과학 학습장’
대회장은 대회 시간 내내 과학 학습장을 방불하게 했다. 그림 대회에 참여해 주제를 내준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대회장 주변에 각자 홍보 부스를 차리고 과학 관련 자료와 기념품을 나눠주고 궁금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배경 스케치에 색칠을 하면서 한의학 지식을 익힐 수 있는 별도의 컬러링 스케치북을 제작해 배포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Better standards, Better life(더 좋은 표준, 더 좋은 삶)’를 슬로건으로 일상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표준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유전자(DNA) 이중나선 모형을 나눠줘 생명공학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됐으며 일상 속에서 경험 가능한 천문학의 이야기를 담은 ‘천문학의 빅 아이디어’를 배포하고 블랙홀 포토존을 마련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질과 광물, 해저자원, 지구환경 등 다양한 연구 분야를 만화로 표현한 홍보물을 제공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방사성 물질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비상시 행동 요령, 그리고 원자력 안전을 위한 노력을 알렸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세상은 꿈꾸고, 화학은 실현 한다’는 슬로건 아래 연구원이 펼치는 화학 대중화 사업을 소개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기술에 대한 이야기로 부스를 꾸몄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스마트 제조와 3D 프린팅 등 첨단 기계기술을 통해 한국 제조산업의 르네상스를 열어가는 연구원의 역할과 비전을 설명했다.

이공계 최고의 교육기관인 KAIST는 미래 50년을 위한 학교의 신문화 전략과 교육 비전을 제시했다. 대회 장소를 제공한 IBS는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와 창조적 지식 확보 및 우수 연구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들을 소개하면서 푸짐한 개원 10주년 기념품을 대회 참가자들에게 안겼다. IBS는 올해 개원 1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가졌다.

● 최종심사 거쳐 12월 말 시상
‘대덕에서 과학을 그리다’는 청소년들이 이론 및 현장 학습을 통해 과학기술과 관련한 그림 주제에 대해 충분히 공부한 뒤 이해한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는 새로운 형태의 그림대회다.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운집한 대덕연구개발특구 연구기관들이 제시한 다양한 주제를 화두 삼아 그림을 그린다. 이날 대회장을 찾은 박현진 동아일보 문화사업본부장은 “내년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19)가 사라져 미술대회가 당초 기획하고 추진했던 ‘연구원 방문의 날’ 등 다양한 부대 이벤트를 차질 없이 치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결선은 예선을 거친 150명의 수상작품 가운데 주요 수상작을 가리는 대회였다. 주최 측은 이달 중순 최종 심사를 거쳐 내달 말 시상할 예정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동아일보 본사에서 오프라인 시상식을 가질 예정이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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