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어 한 줄에 전국 마비 ‘KT 통신대란’

김도형 기자 , 지민구 기자 , 전남혁 기자 입력 2021-10-29 03:00수정 2021-10-2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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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대표 “장비교체 야간작업, 테스트 없이 낮에 하다 실수” 인정
구현모 KT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혜화타워 앞에서 인터넷 장애 사고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구 대표는 “사고는 KT 책임이고 이용 약관 규정과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보상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KT “통신망 사고 책임… 약관 관계없이 보상”
25일 전국적인 유·무선 인터넷 통신망 장애 사고를 일으킨 KT가 명백한 ‘인재(人災)’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고 기존의 약관을 뛰어넘는 보상에 나서기로 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혜화타워에서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망 고도화를 위해 새로운 장비를 설치하면서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사고 원인을 밝혔다. 구 대표는 “작업자가 원래 야간작업으로 승인받았는데 주간에 해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에서 사전 테스트 없이 중요 장비 교체 작업을 벌였고, 이를 낮 시간에 하면서 저지른 실수가 전국적인 인터넷 통신망 장애로 이어졌다고 인정한 것이다. 구 대표는 “협력사가 작업했지만 관리나 감독 책임은 KT에 있기 때문에 (이번 사고는) KT 책임”이라며 “약관 규정과는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보상책을 마련하는 내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접속 장애가 하루에 3시간 이상 돼야 이용자에게 보상한다는 현재 약관과 무관하게 보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 접속 장애로 결제 시스템이 마비돼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서도 별도의 보상 방법을 찾기로 했다.

명령어 한 줄에 전국 마비 ‘KT 통신대란’
직원 실수-관리 부실-백업 미비, 총체적 인재로 드러나… KT도 인정
KT, 피해 신고센터 내주 운영… 통신장애 일괄 보상과 함께
소상공인 별도 보상 진행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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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어 한 줄이 빠지면서 잘못된 명령이 전국 통신장비에 자동으로 전송됐고, 결국 전국적인 시스템 마비로 이어졌다.”

25일 전국적으로 1시간 넘게 계속된 KT의 유·무선 인터넷망 마비 사태는 협력사 직원의 실수와 KT의 관리 소홀, 백업시스템 미비 등이 결합된 총체적인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 장비 교체를 외부 업체에 맡기면서도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비 시스템도 없었다. 작은 실수 하나가 들불처럼 번져 전국 통신망을 마비시키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가 기간통신망 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전 테스트 없이 바로 실제 작업 수행”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혜화타워에서 구현모 KT 대표와 간담회를 가진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KT 스스로가 이번 사고는 인재였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며 “사전에 테스트를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본 작업을 바로 수행했고, 가장 트래픽이 많은 낮 시간에 작업을 했다는 점 등이 이번 사고가 인재라고 보는 대표적인 이유”라고 밝혔다.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은 장비 업데이트 전 일반적으로 사전 테스트를 하는데 이를 생략했고, 야간작업으로 승인된 작업을 주간에 진행하는 등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산에서 새로운 장비를 설치한 뒤에 발생한 문제가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대된 것은 오류 상황을 가정한 우회로 마련 등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날 구 대표는 “그동안 내부에서 엄격한 프로세스를 적용해 망 고도화 작업이나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작업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했다”며 “테스트베드를 운영해서 이런 작업을 하기 전에 가상 테스트를 하고, 사고가 나더라도 전국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국지적인 수준에 그치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원욱 위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KT뿐만 아니라 다른 통신사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인터넷 시대에 맞는 통신장애 보상 기준 마련”
이번 사고를 계기로 통신사고에 대한 보상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음성통화가 중심이던 시대에 만들어진 통신장애에 대한 보상 기준을 데이터통신 시대에 맞춰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구 대표는 “약관상 3시간이라고 하는 기준은 마련된 지가 오래됐다는 생각”이라며 “현재처럼 통신에 의존하는 서비스가 많은 시점에는 이런 것 역시 개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현재 KT 약관상 이용자들은 하루 3시간 이상, 1개월 누적 6시간 이상 장애를 겪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이 기준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현 약관과 별개로 보상책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29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보상안 및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통신장애에 따른 일괄적인 보상과 영업상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대한 별도 보상으로 나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KT는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통신사고 피해 신고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25일 사고 직후부터 KT와 함께 원인을 조사해 온 과기정통부는 29일 브리핑을 열고 이번 사고의 원인과 후속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kt 통신대란#피해 일괄보상#kt 마비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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