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곰팡이로 만든 가죽 재킷… 진화하는 ‘친환경 패션’의 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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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로 희생되는 동물 보호 위해 ‘식물’ ‘균사체’ 가죽 제작법 개발
현수막-방화복 활용 업사이클링… 쓰레기를 톡톡 튀는 패션 소재로
화학 염료 대체한 세균 번식 염색, 물-에너지 사용량 줄여 환경 보호

영국 기업 컬러리픽스가 세균을 이용해 염색한 옷. 세균이 색소를 만들어 배출하며 옷을 염색한다. 이 염색 방법은 물을 적게 사용하고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환경 오염을 줄인다. 사진 출처 컬러리픽스
영국 기업 컬러리픽스가 세균을 이용해 염색한 옷. 세균이 색소를 만들어 배출하며 옷을 염색한다. 이 염색 방법은 물을 적게 사용하고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환경 오염을 줄인다. 사진 출처 컬러리픽스
동물의 가죽은 튼튼하고 질겨 오랜 세월 의류나 가구 등의 재료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가죽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어요. 딱딱한 가죽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무두질’이라는 가공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화학 물질이 사용되고, 폐수가 많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덴마크 글로벌 패션 어젠다는 2017년 패션산업보고서에서 인조 가죽을 만드는 과정보다 소가죽을 가공하는 과정이 환경에 3배 이상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많은 동물이 무분별하게 희생된다는 거였죠.

○ 세상에 없던 섬유의 탄생

국제환경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에 따르면 세계 최대 모피 생산국인 중국에서 2019년 한 해에만 여우 1400만 마리, 라쿤 1350만 마리, 밍크 1160만 마리가 수출되었습니다. 이 동물들은 오직 털가죽을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됐어요.

이처럼 무분별한 희생을 막기 위해서 1980년대 ‘퍼 프리’ 운동에 이어 최근에는 동물의 털과 가죽을 입지 않는 ‘비건 패션’이 등장했습니다. 동물을 희생하지 않는 ‘비건 가죽’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영국의 패션 기업 아나나스 아남은 파인애플 농장에서 폐기물로 나오는 잎과 줄기에 주목했어요. 파인애플 잎에서 섬유질을 추출하고, 이를 부직포처럼 만들어 압축하는 방법으로 ‘피냐텍스’라는 비건 가죽을 만들었죠.

미국의 기업 볼트 스레드는 버섯과 같은 곰팡이가 자라면서 만드는 섬유 덩어리인 균사체에 주목했어요. 균사체를 압축해서 만든 가죽은 동물의 가죽만큼 내구성이 우수하고 무두질이 필요 없어서 폐수도 덜 발생하죠. 또 동물과 달리 균사체는 몇 주 정도만 키우면 가죽을 만들 수 있어 더 경제적이기도 해요. 땅에 묻으면 쉽게 썩어 폐기하기 쉽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건국대 의상디자인학과 안동진 교수는 “최근에는 동물 가죽만큼 튼튼하고 예쁜 인조 가죽 기술이 등장하면서 천연 가죽을 사용할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 버려진 물건에 새로운 생명을
해마다 수도권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은 70만 t이 넘어요. 서울새활용플라자 새활용사업팀 강경남 팀장은 “버려지는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원래의 용도와 다르게 활용하는 방법을 ‘업사이클링’ 또는 ‘새활용’이라고 한다”며 “폐기물을 처리하는 수고를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새활용은 패션 산업에서 발생하는 폐수나 쓰레기 등 환경 문제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재료로 실험적인 패션 아이템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성균관대 의상학과 임은혁 교수는 “새활용 패션은 주어진 재료가 가진 한계 덕분에 오히려 창의적이고 과감한 디자인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새활용 패션에 쓰일 수 있는 재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망가진 우산, 다 쓴 현수막, 폐방화복, 자동차의 에어백과 가죽시트까지 다양합니다. 새활용 스타트업 큐클리프 이윤호 대표는 “선물 받은 우산이 망가져 어떻게 다시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것이 시작이었다”며 “새활용 제품은 재료에 따라 독특한 소재와 패턴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큰 매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새활용 패션에 참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활용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는 거예요. 스타트업 젠니클로젯 이젠니 대표는 “직접 물건을 분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본 사람들은 어떤 재료를 어떻게 다시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새활용 의류의 가격이 비교적 높다는 의견에 대해서 패션 기업 코오롱FnC의 새활용 브랜드 래코드의 김수진 디자이너는 “버려진 재료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일은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치기 때문에 공장에서 옷을 만드는 것보다 시간이 몇 배나 소요된다”며 “대량생산 제품에 비해 비쌀 수밖에 없다”고 답했습니다.

○ 지구를 걱정하는 새로운 염색
지금은 원하는 색으로 염색된 옷을 마음껏 골라 입을 수 있지만, 약 200년 전까지만 해도 염색한 옷을 사 입기는 쉽지 않았어요. 식물 등 자연에서 모은 재료로 천연염료를 만들어 옷을 염색하는 과정이 복잡해서 가격이 비쌌거든요. 왕족이나 돈이 많은 사람들만 염색된 옷을 입을 수 있었죠. 1856년에 쉽고 저렴하게 염색할 수 있는 합성염료가 개발되면서 사람들은 색깔을 얻었어요. 하지만 곧 새로운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바로 폐수 문제예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전 세계 산업에서 발생하는 폐수의 약 20%는 패션 산업 때문이라고 2018년 발표했어요. 섬유를 염료에 담가 색을 입히고 헹구는 염색에 어마어마한 물과 화학 물질이 사용됐지요. 기업들은 물 오염을 줄이기 위해 옷을 다 만든 뒤 염색하거나, 물을 사용하지 않는 염색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기업 컬러리픽스는 2019년에 세균으로 염료를 만들어 옷감을 염색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동물이나 식물 등 자연에 있는 색소 유전자를 채취해 세균에 넣고, 이를 섬유 표면에서 키운 거예요. 그럼 세균이 색소를 만들어 배출하며 옷을 염색해요. 컬러리픽스는 이 염색 방법에 사용되는 물의 양이 기존 염색 방법의 약 10분의 1 수준이고, 화학 물질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어요. 게다가 온도 37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150도 이상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기존 염색법보다 에너지도 적게 사용합니다. 이처럼 염색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답니다.


이병구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2bottle9@donga.com
#친환경 패션#친환경 섬유#균사체 가죽 제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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